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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대화에 러시아 개입, 미국의 핵정책 겨냥

김종찬안보 2017. 10.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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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에 러시아가 변수로 등장하며 핵협상에 새 기준이 등장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부 장관에게 북핵 문제 중재요청하며 북한이 두 달간 도발하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대화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면서 '틸러슨 계획'을 수립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6일 보도했다. 보도 근거였던 '틸러슨 계획'에 대해 최소 2개월간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과 직접대화를 시작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는 것으로, 러시아 외교소식통은 "평양이 미국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10월10일 당 창건기념일에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기 미국 민주당 잭 리드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이 11일 서울서 송영무 국방장관과 강경화 외무장관을 만났다. 잭 리드 상원의원은 강 장관과 만나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은 한미 공동의 목표인 바 어떤 형태로든 북한 관련 대화를 되살려야 할 것"이라며 "미 의회로서도 북핵 문제 관련 한미 양국의 공동 대응에 있어 가능한 역할을 적극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의회 온건파인 리드 의원은 강 장관에 앞서 이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도 면담했다.

 

이날 11일 러시아 외무부 북미국장이 직접 한국에 배치된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가 북한 공격 대응용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레이건'함 등 해군 함정들의 한반도 전개가 도발 위협을 고조시킨다고 비판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인터뷰한 러시아 외무부 북미국 게오르기 보리센코 국장은 "이자산(사드)은 외부 공격을 받은 북한이 대응 공격을 할 경우 이를 방해할 능력이 전혀 없다"면서 "서울은 북한 장거리포의 사거리에 들어가 사드 시스템은 북한의 어떤 포탄도 막을 수 없어 북한 대응으로서 사드 시스템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보리센코 국장은  "(한반도) 상황이 아주 위험하며 이는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러시아를 몹시 우려케 하고 있어 미국 측에 여러 차례 얘기했고 문제를 전적으로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면서 "러시아는 이 문제(한반도 위기)와 관련해 미국 동료들과 지속해서 작업하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날11일 러시아 타스통신 대표를 평양서 만난 리영호 북한 외무상이 평양을 방문한 자사 대표단과의 면담에서 "우리는 미제와 실질적 힘의 균형을 이루는 최종 목표를 향한 길에서 거의 마지막 지점에 도달했다"면서 "미제의 대조선(대북) 압살 정책이 근원적으로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의 핵무기는 협상의 대상이 될수 없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어떤 조건에서 북-미간 대화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미국이 근원적으로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중단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했고,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수용불가 입장도 거듭 밝혔다. 이어 그는 "공화국 정부는 이미 안보리 제재 결의 이행 명분 아래 우리를 질식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침략·전쟁 행위와 마찬가지이며 그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는 최후수단(핵무기) 사용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여러 차례 천명해 왔다"고 말했다.

'새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어떤 입장인가'라는 타스통신의 질문에 리 외상은 "최근 남한 정부가 남북 군 당국 간 대화 개시, 이산가족 상봉 조직, 인도주의적 지원 등을 제안했지만 문제는 그들이 조선 민족의 자력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을 어기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는 점"이라면서 "그들(한국)이 미국을 추종하며 우리에 대한 제재와 압박을 추구하는 한 우리는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한 어떤 전망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미하일로프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타스 통신사 대표단은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초청으로 지난 9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있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5일 미군 지휘부 회의직후 '폭풍 전 고요' 발언이 논란을 벌인 가운데 1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발언이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북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 문제가 이대로 가게 놔둘 수 없다. 그렇게는 못한다"면서 "중국이 굉장히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그들은 북한과 금융거래를 끊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나오기 직전, 미 육군 예비역 대장인 웨슬리 클라크 전 사령관은 11일 미 CNBC방송 인터넷판 기고에서 트럼프의 '폭풍전 고요 발언과 관련 "북한에 대한 위협은 효과적인 전략이 아니다"라면서 "그의 '폭풍 전 고요' 발언은 아마도 김정은을 겨냥해 또다시 약간의 타격을 주려고 한 것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해석했다.

이어  "대통령의 북한 위협은 미국민에게 불안을 초래했고, 동맹국들 사이의 심각한 우려를 더욱 고조시켰다"면서 "김정은의 핵무기 포기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중단이라는 트럼프 정부의 목표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말 폭탄'이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중국에는 난민 유입 문제와 미국이 지원하는 한국이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북한 정권 붕괴보다는 핵무장을 한 북한이 덜 걱정스럽다"면서 "이런 점에서 (북한 문제에서) 미치광이 이론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클라크 전 나토사령관은 이어 "한국과 일본에서 수십만 명이 희생되지 않고서 북한의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을 보장하는 옵션은 없다"며 "우리는 어떠한 형태의 선제공격이나 예방적 군사옵션에 의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선제공격 무용론은 실제 미국의 핵전술에 이미 가용됐던 경험이 있다.

공화당 부시 행정부 당시인 2002년 '핵태세 검토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는 미국이 비핵국가에도 핵무기 사용권한을 명시한 탓에 러시아와 상당한 갈등을 빗었다.

NPR은 1, 대량살상무기WDR를 미국에 사용하는 경우 2, 재래식 무기로 파괴불가능한 지하목표물을 파괴하기 위한 경우 3, 상대국에 '놀라운 군사력 발전'을 미국이 감지한 경우 등 3 경우에 핵무기 사용권리를 명시했다.

이는 비핵보유국에도 미국이 핵을 사용할 권리를 명시한 것이라서 러시아와 갈등이 커졌다. 곧 비핵보유국에 대한 미국의 선제공격 길을 터준 격이라서 미-러간 전략무기감축 협상과 국제적인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궤도이탈한 것이되기 때문이다.  

이에 발맞춰 미 외교협회의 '포린어페어스' 2006년 3-4월호에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구축이 실제 미국의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은 극소수 러시아 중국의 핵무기 반격으로부터 미국을 보호하는 용도라는 분석이 실려 파동이 커졌다.

러시아는 당시 미국의 NPR에 대해 비핵국가에 대한 핵사용전략이 핵경쟁을 부추긴다고 상당히 강하게 반발했었다. 여기에 한국 사드가 선제타격준비용이란 분석이 추가되었고, 북한 문제가 미사일에서 핵으로 넘어간 단계에서 러시아의 개입 변수는 커졌다.

이런 배경에서 러시아는 북한 문제를 통해 미국과 핵협상을 위한 돌파구가 열린 것이다. 중국이 미사일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려던 것이 핵 갈등으로 인해 러시아로 넘어간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핵과 미사일을 분리해 중국에게 미국과 협상할 기회를 주고 이를 활용해야할 시기와 이슈를 놓친 불행한 결과다. 핵 통제에 대한 국제협상의 경우 한반도의 주도권을 실제 삭감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북한 핵 문제에 러시아의 적극적 개입은 이런 미러간 갈등이 재연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이 주도했던 핵전략에서 비핵국가에 핵을 사용할 근거를 마련했던 것에 의하면 북한에 대한 미국의 실험적 견제는 이런 전략을 실제 현실에 적용하며 다음 단계의 핵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된다.

이에 러시아는 동아시아 전략 불균형 초래를 겨냥한 미국 견제용으로 북한 문제가 적절한 소재가 된 것이다. 러시아가 특히 미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탄두의 파괴력을 4배 이상 높이고 정확도가 현저히 향상돼 러시아 지하 미사일 사일로의 파괴력을 월등히 앞서는 등으로 전략균형이 깨진 앞선 배경도 작용한다.

이런 새 배경이 전개된 추석연휴 전까지 청와대가 야당 대표에게 안보 브리핑에서 북한 도발 우려를 밝혔지만 북한은 추석연휴 기간과 당 창건기념일10일을 넘기며 관망적인 상태다.

반면 미국의 호경기는 다우존수가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며 상승장을 이루고 있고, 기업 실적도 호조세이다. 전략적 여유가 핵에 대한 선제공격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어 북한 핵 문제로 국제질서를 재편할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