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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호황의 뒤안길에 아킬레스건 노출

김종찬안보 2017. 10. 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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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아킬레스건인 폭락 방지용 국민연금 방어선이 한계치에 도달한 시점에서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고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 목표치인 연말 기준 국내주식 116조3120억원(전체 기금자산의 19.2%)가 10조원 가량 넘게 매입해 7월 평가액이 126조2178억원이다.

현재 미국 증시 호황에 편승한 시황으로 인해 10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야 할 상황이다.

문제는 안전장치였던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추가 매수 여력이 소진된 것이다. 여기에 코스피 시장은 외국인이 주도하고 있어, 만약 외국인이 금리 인상에 앞서 주식 매도를 시작하면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수해 안전판을 가동할 수 없다.

그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7조원 가량 매수했다. 10월에도 국내 주식을 1조6000억원 이상 순매수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해 외국인이 국내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커졌지만, 이럴 경우 연기금은 코스피 하락기에 대규모 매수에 나서 주가 급락을 막아냈다.

실제 올해 8월 말까지 매달 하락했던 달러인덱스(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평균가치)가 9월과 10월에 반등세를 나타냈고 외국인은 환차익 매력이 줄어들어 주식을 매도할 때 연기금이 이를 받아줬고, 연기금의 매수세를 예상했던 외국인이 다시 주식을 매수해 국내 증시는 호황을 이뤘다.

이제 미국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과 행정부의 세제개편 등으로 달러가치가 올라가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세가 꺾일 수 있다. 이 경우 매도세를 막아줄 안정장치였던 국민연금이 보유한도를 넘겨 같이 매도해야 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여기에 올해 내내 북한 문제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때마다 외국인이 매도 공세를 폈지만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매수해 이를 막았고, 외국인은 이 패턴을 읽고 상승장을 주도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의 100조가 넘는 주식보유 비중은 외국인 한국 증시에서 폭락방지용으로 적절히 활용해 외국인 주가 계측에 시드머니로 작용했었고, 이제 그 한계치에 도달한 것이다. 여기서 외국인들이 한번 더 대량 매도하면 국민연금을 이를 매수하고 더욱 임계치에 도달할 때 외국인이 대량 매도하며 떠날 기회가 노출된 것이다.

만약, 현재처럼 이례적인 주가 상승으로 주식 투자 비중이 초과한 상태에서 팔지 못하고 연이어 사고 이를 개인이 받아주지 못해 증시가 하방하지 시작하면 블랙먼데이 같은 폭락장이 되고, 국민연금의 위기에 직면한다.

 

미국 증시에서 악몽이던 ‘블랙 먼데이’ 재연에 대한 우려도 지속적으로 나온다. 레이거노믹스의 초과공급 우위경제의 산물이던 1987년 10월의 증시 35% 폭락 사태와 같은 심각한 재앙 요인들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블랙먼데이’를 초래한 증권시장의 구조적 기술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고 더 악화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시 뉴욕증시의 불황은 석 달 동안 지속됐고 다우지수는 35%(1000포인트) 떨어졌다.

1987년 10월 19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금요일 아침에 22.6%(508포인트) 폭락했다. 1929년 대공황 이래 최악의 낙폭으로 증시폭락의 ‘블랙먼데이’를 초래했다.

이것이 단기 폭락인지 구조적인지에 대한 양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구조적인 문제로 보는 입장에서 최근 트럼프의 공급과잉주도에 의한 폭락 가능성을 점치는 주장이 나온다. 구조적인 근원을 주장하는 헨리케스는 "블랙먼데이는 시스템 자체의 위기로서, 전염되는 위기로 인해 시스템 자체의 존립이 거의 어려운 정도였다”라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내용 중 ‘골든에그 인베스팅’ 편집장 하워드 R. 골드가 뉴욕타임스(NYT) 금융전문기자였던 다이애나 헨리케스와 인터뷰 내용이 그걸 말해준다.

헨리케스는 저서 ‘사상 최악의 재앙(A First-Class Catastrophe)’을 통해 1987년의 블랙먼데이는 일시적인 대폭락이 아니라 위험분산 장치가 역으로 매도에 가세한 결과란 분석을 했다.

헨리케스는 기본적으로 매수에서 작동하는 자동프로그램에 의한 헤지(위험분산)가 하락 순간 오히려 주식 대량 매도에 가세함으로써 증시 폭락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마치 국민연금이 임계치에서 안전장치가 아니라 폭락장의 주역으로 전환될 여지도 여기서 발견된다.

그런 이유에는 프로그램 자동화가 너무 많이 진행되고 엄청난 규모의 돈으로 그런 난해한 금융상품을 사들인 증시에서 금융 규정들은 제각각이라서 거대 자본을 휘두르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좌지우지 하다가 증시 폭락이 닥쳤을 경우 첨단 자동 프로그램 거래들이 헤지보다는 주식 대량 매도에 가세한다는 구조적 분석이다.

실제 안전장치를 만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금융규제 기구들은 2008년 금융위기에서 별다른 역할을 못했다. 다만 양적완화(QE)란 이름의 통화남발로 사태를 수습했고, 오늘의 증시 호황을 만들어냈다.

양적완화의 결과에 대한 문제도 더 커졌다. 헨리케스의 분석은 양적완화 직전인 1987년 주식 거래의 90%가 NYSE(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이뤄졌지만, 현재 NYSE에서는 전체 주식 거래 물량의 30%만 취급될 뿐이라고 진단해 위험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주식은 1987년 NYSE와 시카고 옵션·선물거래소 등에 국한된 금융투자와 달리 12곳 법정 주식거래소 및 30여 곳의 대체 거래 시스템에서 거래된다. 이럴 경우 금융규제는 거래에 대한 사각지대를 점차 확대한다.  

또한 레버리지 거래가 더욱 확대되고 기술적으로 진보해 포트폴리오 보험과 인덱스 차익거래(아비트리지) 등 프로그램 거래가 공급과잉을 주도한 상황이다. 이런 프로그램 거래가 1987년 증시 대폭락의 원인이었다는 지적은 여전히 많다.

컴퓨터 거래가 더 많아진 상황에서 증시 패닉이 시작되면 IT 프로그램들은 당연히 증시 대량 매도를 부추기게 되고 외국인들은 이런 기술적 매도세에 익숙한 거래자들이다.

 

미국 증시는 초호황이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10월18일 종가기준 495.66을 기록, 1년 전보다 20%가량 올랐다. MSCI 세계지수는 이미 세계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말의 전고점을 넘어섰다.

업종별로 IT(정보통신) 분야가 가장 많이 올랐다. MSCI IT 지수는 최근 6개월 14.8% 올라 상승률 1위다. IT 제품의 기초가 되는 소재 분야가 11.6%로 2위이며, 이외 금융, 의료, 산업재, 유틸리티(전력·수도) 등이 강세다.

증시 호황은 선진국보다 신흥국이 더 폭등이다. 인도 센섹스30지수는 올해 9개월 반 동안 22% 넘게 올랐다. 대만 가권지수와 한국 코스피도 연초대비 각각 16%, 22%의 상승률이다. 오랜 불황이던 일본 증시는 최근 13거래일 연속 상승 1988년 2월 이후 30년 만에 가장 긴 상승세이다.

중국 증시는 횡보이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하이종합지수가 연초대비 8.5% 올랐고, CSI300지수는 19% 상승, 홍콩 항셍지수는 29% 급등이다.

중국 증시 호황은 기업 실적 향상과 외국인 자금 투입이 배경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상장사의 순이익은 동기대비 평균 29% 증가다. 또 중국 인민은행은 상반기(6월) 기준 중국 증시 외국인 보유 비중은 8680억4000만위안(약 148조3000억원)이라 밝혔다.

이런 증시호황은 투자펀드의 현금자산 보유율을 급격히 떨어 뜨렸다. 투자기관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주요 글로벌 투자펀드의 현금자산 비율이 4.7% 정도로 최근 30개월 내 최저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너무 많은 돈이 증시로 유입된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의 증권사들이 많이 모집한 유럽펀드가 고수익 행진이다. 이는 유럽 주요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덕에 유럽 알짜 주식을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든 유럽 펀드 수익률이 1년 새 30% 안팎 수익률이라서 지속적으로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10월 18일 국내 증권사의 수익률 자랑을 보면, 베어링독일 펀드(언헤지)가 1년 수익률 35.61%로 국내 유럽펀드 중 1위이다. 미래에셋TIGER유로스탁스배당30 상장지수펀드(ETF) 1년 수익률은 28.99%이고, 삼성파이어니어유럽중소형 펀드가 23.04% 수익률, KB유로주식인덱스 펀드는 수익률이 22.45%다.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19일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 인터뷰에서 글로벌 부채 급증세에 따른 새로운 금융위기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리셰 전 총재는  GDP 대비 공공 및 민간부채 비율을 글로벌 경제·금융의 취약성 판단 중요 지표로 지목하면서 "새 위기가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 주로 신흥 시장에서 상승하고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이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00년에서 2007년 사이 250%에서 275%로 급등해 2008~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고, 금융위기 이후 더 상승해 현재 300%에 달하고 있다고 했다.

구조적으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융위기 당시 통화완화를 써 풀어 놓은 돈(유동성)이 신흥국 민간 기업으로 들어가 신흥국 부채를 급격히 늘였고, 신흥국 민간부채 급증을 초래한 것이다. 여기서 우려는 통화정책에서 유동성 흐름에 갑자스런 변동이 생기면 투자자들은 빠져나가지만 경제 충격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전히 안전하다는 주장은 유럽과 일본에서 나온다.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 총재들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통화 완화 기조에도 아직까지 물가상승률이 낮고 자산 가격 거품이 심각하지 않다면서 위기론을 일축한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얼마전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우리 (유럽) 경제에 버블이 껴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은 아직 멀었다"며 "가능한 빨리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진국의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대해 신흥국 시장의 공급 과잉에 의존한 것이라는 반론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신흥국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트럼프의 공급과잉 전략과 전략무기 판매의 힘바탕 외교가 동북아 전반을 휩쓸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그 해석은 완전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