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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에 CIA부터 찾은 한국당과 비핵회의의 간극

김종찬안보 2017. 10. 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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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이 '출구' 가능성이 커지자 보수적 한국당 대표는 미 CIA를 찾았다.

홍준표 대표 등 방미단은 23일(현지시간) 오후 CIA 코리아임무센터(Korea Mission Center)를 비공개 방문해 앤드루 킴 센터장 등 간부들과 약 1시간 30분가량 면담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북한담당에서 퇴직한 킴 센터장은 대북 강경파로 분류된다. 지난 5월 1일 출범한 KMC는 국가정보국(DNI)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회의(NSC) 재무부 대북제재 담당 전문가들이 파견돼 대북 정보를 총괄하여 CIA와 백악관에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당 방문단이 한국에서 전술핵재배치 서명운동을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은 이날 면담에서 확인했다. 이는 한국당 방문단 강효상 대변인은 면담 후 브리핑을 통해 "CIA는 홍 대표의 전술핵재배치 서명운동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는 일일보고에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고, 이어 "CIA 측은 '한국 제1야당 대표의 말을 늘 주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보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CIA 코리아임무센터(KMC)에 관한 것은 기자 블로그 '군사옵션과 미국 정보기관 한국진출의 의미'(9월 18일자)에 상술돼 있다.

 

한국당 심재철·이주영·정진석·이철우·염동열·강효상 의원 등 7명 방미단은 이날 면담에서 코리아임무센터로부터 북핵 위기 대처 방안에 관한 CIA의 역할과 기능에 관한 브리핑을 들은 뒤  질의·응답을 했다.

국가정보원 출신의 이철우 의원은 "CIA 코리아임무센터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국정원과 긴밀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들어 안심된다"며 "한국당에 특별한 협조를 요청한 바는 없지만 홍 대표의 (전술핵배치) 서명운동을 CIA에서 알고 있고, 이런 사실을 공개해도 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날 초점이었던 한국 전술핵재치는 홍 대표가 '전술핵배치는 한반도 전쟁 막고 북핵 문제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지만, KMC 측은 전술핵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추가적인 토론은 없었다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미국에 대해 북핵에 대응해 한국을 핵무장하려는 강경책은 미국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같은 시기 모스크바 비핵확산 전략회의에서는 최선희 북한 국장이 '출구'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최 국장이 회의 둘째 날 '한반도 긴장완화'를 주제로 열린 비공개세션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언론에 말했다.

최 국장은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폐기'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회의 참석자 질문에 "외교적·평화적 해결을 위해서는 적절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나 매일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적 트윗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협상테이블에 앉을 수 없다"면서 "미국의 군사·핵 위협과 경제제재를 통한 압살 정책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단 한 치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구'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비핵확산회의는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분리해 발언하는 것이 분명히 드러났다. 특히 최 국장의 발언에 대해 한스 브릭스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핵무기는 미국만을 조준하고 있다는 말을 믿을 만하다"고 말하면서 분명해졌다.

 

이런 미국과 한국의 분리는 미국에서도 나타났다.

한국 당국자가 전할 말에는 "첫날과 둘째 날을 통틀어 한국 정부에 대한 일체의 네거티브한 발언은 없었다"면서 "미국의 1.5트랙 관계자도 '한국에는 상당히 톤에 있어서 신경을 많이 쓴 게 역력해 보이는 관찰이 있었다. 심지어 해상훈련도 한미 훈련이라고 안 하고 미국의 대규모 해상훈련이라고 할 정도로 분명히 인텐셔널(의도적인.intentional) 측면이 있지 않느냐 한다"고 전했다.

 

한국 당국자는 모스크바 회의에서 북한에 대해 한국이 설명을 잘해서 북한이 톤 다운한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방법을 잘 설명했고, 최 국장도 아마 우리의 뉘앙스를 읽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 섹션에서 최 국장과 한국의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와 '미국의 적대시정책 중단'에 대한 논쟁이 강경대치의 중요 단면이다. 최 국장은 6자회담 불가 원인을 '미국 적대시정책'으로 설명했고, 신 교수는 "10년간 한미가 북한 공격한 사실없고, 대북제재는 북한 도발 때문"이라고 모스크바 회의는 향후 북미 대화가 북한이 말하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폐기'에 대해 접근하는 쪽과 한미일이 연대하는 '6자회담 복귀'가 서로 대립하면서 진척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북한이 도발을 중단한 상황을 통해 한미일 연대화 명분 상실을 겨냥한 러시아의 전략이 변수가 된다. 모스크바 회의 종료 후 모르굴로프 러시아 6자회담 수석대표,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북핵담당 특임대사가 한국방문과 이도훈 6자회담 대표와의 협의를 요청한 것이 이와 관련있다. 

북미협상의 물꼬는 그렇게 터졌고 물줄기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큰 격차가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