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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발언 파동' 반복에 청와대가 기댄 이유

김종찬안보 2017. 11. 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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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병행'을 새 전략으로 제시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에서 '북 도발 중지면 한미군사훈련 중단 고려'를 말했다.

상호 맞물린 한반도 정세에서 돌파구 열기 전담자인 문정인 특보의 제안은 청와대의 현실 적용에서 순서의 문제에 부닥쳤고, 이번도 그 적용에서 허점이 노출된다.

문 특보의 접근은 '남북대화 북미대화 동시진행'이고 이는 '한미간 합의'가 전제로 작용한다.

이 전제에 대해 문 특보는 한미정상회담 직후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으로 한미 동맹이 다져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대한 인상을 엄청 좋게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통일뉴스 기조강연에서 "(7일) 국빈만찬에 참여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대통령 내외분 만나서 했던 얘기를 죽 하고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며 "전반적으로 상당히 무난한 방한이었다"고 이날 말했다.  

그는 판단의 근거로 "만찬 건배사를 하는데도 (사전에 써놓은 건배사를) 읽었다"며 "그건 트럼프 대통령답지가 않은데, 그만큼 사실상 정성을 기울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핵을 넘어서 평화의 길로-문재인 정부의 북핵 대응전략' 주제 연설이다.

미국 언론들이 트럼프의 아시아 3국 순방에서 온순해진 트럼프 발언에 대해 보도한 것은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박3일 중국 방문 후 베트남으로 떠나기 직전 트위터에서 양국 무역적자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며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수천억 달러를 잃도록 놔둔 데 대해 나는 전임 정권들의 무능을 비난하지, 중국을 비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가 야당 민주당을 공격하고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은 무역과 북한 문제에서 아주 생산적이었다”며 “그는 중국 국민으로부터 매우 존경받는 파워풀한 대표자다. 그와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할 수 있어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 대표회담 연설에서 양국 무역 불균형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을 비난하지 않겠다”면서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본다고 탓하는 게 말이 되느냐. 이전 정부 잘못이다”라며 미·중 무역 불균형 문제를 오바마 민주당 정부 과실로 직접 표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아부했다고 평가했다. WSJ은 무역 불균형과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시 주석이 아니라 자신의 전임자들을 비판했다며 아부라고 표현했고, 뉴욕타임스도 '아부'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한국 국회연설에서도 전임 정부의 정책 잘못이 북핵 문제를 키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트럼프의 아시아 3국 중 일본은 친공화당이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화당의 아시아전략으로 이를 미래 건설이란 신전략으로 한미공동성명발표에 포함했다. 이를 뒤늦게 알게 된 청와대는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이를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 공화당은 트럼프 방일 시점이 7일 작은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에 참패해 비상이 걸렸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차지했던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낙승했고 뉴욕시장은 승리에 성공했다. 3곳 모두 완승은 지난해 11월 대선 패배와 이후 치러진 4차례의 연방의원 재·보선에서 계속 연패하던 민주당의 첫 반전이다.

미국 정치의 운명은 1년 후 중간선거(상하원 3분의1 교체)이고 선거인심이 '반트럼프 정서'라는 것이 공화당의 판단이다. 선거를 통해 민주당은 트럼프 공략의 전략포인트 찾았고, 저소득층 중심의 민주당 지짓세가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압승의 지방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경고등을 켜기에 충분했다고 논평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화해를 평가한 문정인 특보는 앞의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강조한)운전석론은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병행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북한과 신뢰를 구축하면 미북 간 대화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데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자는 것"이라며, 개인 견해를 전제로 "남북관계가 잘 풀리면 한미동맹에 목을 매달릴 이유가 없다. 한미동맹에 목매 달릴 이유가 없으면 한중관계가 불편할 일도 없고, 그럼 북·중관계도 좋아질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북·미 관계도 좋아지고 북·미, 한·미, 한·중, 북·중, 남·북 이런 게 선순환을 가져온다"며 남북관계 우선 복원을 강조했다.

문 특보는 '남북대화 성사면 한미동맹 중요하지 않다'는 말로 압축 가능하다.

이런 전략의 기본 개념에 대해 그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무장을 우리가 수용할 수 없고, 한반도에서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두 가지 (북핵 해결) 원칙을 설정하고 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결, 핵 억지력 강화, 북한의 미사일 요격능력 확충, 우리가 주도하는 운전석론 등 4가지 전략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직후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아시아권 방송 보도로 북한이 핵 실험 및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를 재개하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를 미국 등과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인터뷰했던 문 대통령은 이날 방영된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인터뷰에서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무기 개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동시 중단)’ 제안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먼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그때는 우선 1단계로 핵 동결을 위해서, 그 다음 단계로는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서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어떤 상응조치를 취할 것인지, 그 대화 과정에서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먼저 중단하면 한·미 군사훈련 중단도 협의할 수 있다고 해석됐다.

이와 관련 문정인 특보가 앞서 북핵 동결을 전제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안했었고, 이 발언이 파동을 일으켰었다.

이를 문 특보는 ‘쌍잠정(雙暫停) 중단’으로 말했고, 이전의 중국식 '쌍중단' 중재안에서 '중단협상'이란 단계를 추가한 형식이다.

인터뷰 내용에 문 대통령은 “지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미국은 '북 불법도발과 미국 합법훈련 연계불가'였고, 한국도 여기에 동조해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방미 당시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은 연계할 수 없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펙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문 대통령 인터뷰는 중국의 접근에 한걸음 다가섰고, 이를 앞서 문 특보가 해석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 인터뷰 발언은 한·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 겨냥용이고, 문 특보의 발언은 미국에 대한 내용이 주축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핵 문제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 한국과 중국은 같은 입장을 갖고 있다”며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전략적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도 갈등 관계가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공동 번영하는 관계로 매개하는 역할을 한국이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미중 갈등을 해소할 자국 소재를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미중간 갈등해소를 예측하는 발언은 국제관례에 어긋나는 전략개입이 된다.

이어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북한이 한국, 미국에 대해 대화의 문을 열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북한이 먼저 핵과 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하려는 의지를 가져야만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그런 여건이 조성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대화를 시작할 용의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문정인 전략의 핵심은 '절차조정'에서 새 안을 도출해 언론을 통해 먼저 선점하는 방식이다. 이런 '절차조정'은 안보전략에서 강력한 전략집단의 정교한 개입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유용성이 없다. 레이건 시절의 해리티지재단은 이런 방식을 CIA 및 백악관과의 유착으로 언론조작을 통해 성사시켜왔다.

절차상 조건의 변수를 통제할 강제력이 결여된 문재인 정부 체제에서 쉽게 '발언 파동'에 부닥치는 이유다.

이번 '남북대화 북미대화 병행'이란 조건은 미국이 키를 쥐게 만들어졌고 미국은 '사드 추가 배치'란 군사접근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오바마 당시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9일 한국기자협회와 삼성언론재단 공동주최 강연에서 "북한은 핵포기를 생각하지 않으며, 미국은 북한의 체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진짜로 비핵화에 대한 종합적이고 총괄적인 협상을 할 마음이 생길 때까지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의 나쁜 행동을 봉쇄하고, 제재를 강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것은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 정책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 다른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미국의 대북정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 정부의 중국 사드갈등 해소책인 사드 추가배치 검토하지 않는다는 식 '3불(不) 방침' 발표에 대해 "잘못됐다고 본다"며 "중국은 합의를 한 것으로 보고 있을 것인데, 앞으로 사드를 더 배치해야 할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앞서 문정인 특보는 8일 정부의 ‘3불 원칙’은 상식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민병두의 문민시대’에 출연해 “3불 원칙은 상식적인 주장”이라며 “중국이 얘기하는 3개의 노(NO), 제가 볼 때는 흔쾌히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사드 추가 배치 불검토에 대해 “미국 사드 포대가 7개로 한국에 추가 배치하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곧 미국의 안보를 한국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문 특보는 “무난한 정상회담이었다”는 평가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현안 해결보다 미국 유권자들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을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제재와 압박을 넘어선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메시지를 냈으면 좋았을 것인데 아직은 제재와 압박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대한 민심이반 확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여성, 반이민, 반소수자 등 차별주의 부각이란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결집 선거운동의 확인이다.

여기에 맞선 공화당의 전략은 국제적 분쟁의 강화와 개입 언론공세가 전통적 접근이며 방산업체와 에너지는 공화당의 주력 지원군이고 월가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하다.  

미국 매체 폴리티코와 여론조사기관 모닝컨설트가 10월 26~30일 1,990명 대상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 재선 도전시 응답자 36%가 트럼프를 꼽았지만, 46%가 민주당 후보 투표였다.

갈수록 떨어지는 트럼프 지지도에 차기 대선 민주당 승리에 앞서 연계하려는 한국식 전략은 내년 11월 중간선거가 더 고비임을 놓쳤다. 중간선거 이전 공화당 대외전략의 한반도 집중 가능성이 더 커졌고, 절차를 생략하려는 문정인 특보 전략의 유용성은 그만큼 더 줄어들고 파동은 계속될 수 있다.

한국의 전략 4원칙이라는 외교적 해결, 군비증강, 운전석 주도 등은 서로간에 상당한 격차가 있어 서로 맞물리기 어렵고, 이는 미국과 중국의 지원 조건이 없으면 상호연결점이 없어 단독 전략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미국의 정당간 정치게임은 이를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