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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테러지원국 지정, 美주도 제재압박의 외교戰

김종찬안보 2017. 11. 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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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한 미국 주도의 제재압박 전략이 복잡한 외교전으로 확장되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에도 불구하고 북핵 위기의 외교적 해결을 희망한다면서 "재지정은 대북 압력을 지속해서 끌어올리는 것의 일환"이라고 백악관 브리핑에서 20일 말했다.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직접 발표했다.

이에 앞서  틸러슨 장관은 17일 워싱턴에서 아프리카 30여국 무역안보회의에서 "북한을 더 고립시킬 수 있도록 외교 관계 격하와 경제 단절을 해 달라"면서 "북한 압박 추가 조치로 외교·무역 관계 격하, 자국 내 북한 노동자 추방 등을 취해 달라"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 쑹타오(宋濤) 중앙위 대외연락부장이 4일간 북한 방문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돌아왔다고 20일 NHK가 보도했다.

다음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북중 소식통을 인용 시진핑 주석 특사인 쑹타오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하지 못하고 귀국했다고 21일 보도했다.
닛케이는 북·중 소식통의 "만나지 않았다"는 팩트와 특사 쑹 부장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격이 낮은' 인사인 점을 인용하며 "북중 관계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둘러싼 북한과 중국 간 입장 차이가 메워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쑹타오 부장 방북이 (한반도)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제3국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북한의 정책 변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16일 시진핑 중국 주석의 대북 특사 파견이 국제사회의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익명의 통일부 당국자로 보도된 내용은 기자들에게 "지금 북한이 60여일간 도발을 자제하고 있다"며 "(중국 특사가) 국제사회의 북핵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그 부분에 있어서 북한도 호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이 직접 정보에 접근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북중 공식 접촉에 대해 독자 취재 보도가 전무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대해 사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 특사의 방북에 대해 '북중 핵 협의'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었던 것이 근거이다. 반면 일본은 방북특사에서 '핵협의 불발,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신화통신은 20일 "중국과 북한의 집권당들이 양당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양국 간의 관계를 진전시키기로 굳게 약속했다"고 특사 파견의 결과를 논평해 정당간 교류임을 밝혔다.


미국의 테러지원국재지정 압박은 미 국무장관의 16일 아프리카 외무장관들 회의에서 이미 공지된 것이다. 중국의 특사 파견에서 이런 재지정 예고에 발맞춰 북핵 협상은 의제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되며, 일본은 이를 사전에 인지했다고 보여진다.

중국 특사가 북핵 문제 협의를 대상으로 격을 맞추면 미국의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전략에 호응하는 것이 된다. 미국은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후 아프리카로 대북 포위망을 통한 압박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었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특사파견 직전인 16일  아프리카 외무장관들에게 "아프리카를 포함한 모든 나라가 평화적인 (대북) 압박 작전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외교·무역 관계 격하, 자국 내 북한 노동자 추방 등을 취해 달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테러지원국 재지정 발표 브리핑에서 재지정에 따른 추가 제재에 대해 "재무부가 내일 북한에 매우 거대한 추가제재를 발표해 2주에 걸쳐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2주가 지나면 제재는 최고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틸러슨 장관은 재지정에 대해 "현재의 제재들이 다루지 못한 다른 많은 행위들을 금지시킬 것"이라며 "제3자가 북한과 특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지장을 주거나 단념시키는 게 이 조치의 실질적 효과"라고 말했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북한과 가까운 중국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주요 압박 대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중국이 북한 특사에게 북핵 협의를 주문할 것이란 한국 정부와 언론의 분석은 정보부족과 편견에 의한 오판이 되며, 미국 압박전략에 편승한 결과이다.


틸러슨 장관이 말하는 미국의 '최대의 압박' 전략은 이라크전 당시 구체적으로 진행됐었다.

쿠웨이트 유전을 노린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침공에 대해 1990년 11월 29일 유엔 안보리 '필요한 모든 수단 사용' 결의안 채택은 미국 네오콘의 압박제재의 전형을 보여준다.

 미국발 전쟁이 가능해진 안보리 결의에 동조한 이집트는 미국에 대한 채무 140억 달러상당을 탕감했다.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중국은 천안문사태(중국군의 민주화 시위 강제진압)에 대한 미국의 공개비난을 누그러뜨리고 중국 외무장관이 백악관에 초대됐다.

반면 반대표를 던지 예맨의 경우 대가가 컸다. 위크리스크가 폭로한 펜타곤 자료(2011년 6월 12일자)에 따르면, 결의안 반대 3일 후에 미국은 예맨 원조금 7천만 달러 삭감을 시행했다.

중동에 미군 기지를 둔 친미 사우디는 사우디 거주 예맨 노동자 80만명에 대해 추방조치를 취했으며, 세계은행과 IMF 예맨을 압박했다.

이런 예맨에 대한 압박제재는 유엔 결의 당시 반대표를 행사한 예맨 유엔대표에게 미국 외교관이 사전 경고했었다고 알려졌다.

제재에 따르는 원조 조치도 상당하다.

차후 중동의 전쟁 불씨가 되는 시리아는 아랍국가는 물론이고 유럽연합과 일본 등으로 부터 20억 달러상당의 원조금을 받았고, 테러의 새 온상지가 된다.

사우디와 미국의 대소련 거래가 흥미롭다. 당시 언론 보도에 의하면 미국이 보증을 서고 사우디가 소련에 10억 달러를 제공했다.

미국의 중동 기지 관건을 쥐었던 사우디는 미국의 제재압박에 통로가 됐고, 현재 테러지원국은 이란, 수단, 시리아 등이 지정돼 있다. 그만큼 이번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제재압박에서도 사우디의 역할은 커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파기를 선언하며 긴장 관계에 들어가자 이스라엘은 대이란전선 구축을 명분으로 에너지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와의 비밀접촉을 20일 인정했다.


같은 시기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한국 중국 등 순방에 들어간 시점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는 사우디 왕가들의 '왕자의 난' 사건 직전인 10월 25일 사우디 비공개 방문해 왕자들과 전략을 상의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쿠슈너가 왕자들과 전ㆍ현직 장관들의 대규모 반부패 숙청 직전에 민항기를 이용 사우디에가 모하메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와 매일 새벽 4시까지 전략을 상의했다고 보도했다. 쿠슈너의 사우디 비밀방문에는 아랍 전문가 디나 파월 국가안보회의(NSC) 전략담당 부보좌관, 제이슨 그린블래트 중동특사도 동행했다.



사우디는 중국 시진핑의 야심작 일대일로의 중요 포스트이고, 미국의 아랍전선에서 미군기지와 에너지기업의 이해가 밀접하게 걸려 있다.
특히 사위 재러드 쿠슈너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친중국 행보를 거듭했고, 딸은 중국어 학습을 자랑했고, 아내이며 트럼프 딸인 이방카는 주미중국대사관을 수차 방문하고 친중국 행보를 직접 지휘했다.
사위 쿠슈너는 지난 4월 추텐카이 주미 중국대사와 막후채널을 구축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정상회담을 주선하는 데도 핵심 역할을 했다. 당시 가족기업인 쿠슈너 컴퍼니의 뉴욕 부동산 재개발사업에 미국 투자이민(EB-5) 프로그램을 활용해 중국 투자자를 모집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에서 미국 최고경영자 30명의 중국 투자유치 경제사절단도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쿠슈너가 이끌었다고 보도됐고, 한중통화스와프 연장 협의에도 관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 보도들이 나오자 이방카는 일본에서 한국 중국 방문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했다. 김동연 부총리는 IMF연차총회 참석차 방미시 이방카에게 한국은행 자금 1천만 달러로 여성기업인기금을 기부했다.

특히 쿠슈너의 뉴욕 부동산벤처 동업자가 러시아 국영 은행과 국영 에너지기업의 수조원대 자금을 2016년 미 대선 개입에 이용된 트위터ㆍ페이스북 지분에 투자한 것으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고 있다. 
쿠슈너의 사우디 왕자의 난 개입을 보도한 워싱턴 포스트는 “살만 왕세자의 개혁 명분을 앞세운 숙청은 중국 권위주의 정권 방식과 닮았다”며 “시진핑 국가주석이 당 및 군 지도자들의 세대교체와 중국의 집단주의 지도체제를 변경하기 위해 반부패 처벌을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이에 앞서 17일자 1면에서 살만 사우디 국왕이 먼저 요청해 시 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다는 내용을 보도하며, 살만 국왕은 "중국 19차 전국대표대회의 성공적인 폐막과 시 주석의 총서기직 연임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중국 인민을 더 큰 성공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우디 국왕이 시 주석에게 "중국은 중동 걸프만 지역의 중요한 동반자"라며 "(양국의) 전략적 관계 심화가 양국의 이익과 세계 평화·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고, 시 주석은 "양국 수뇌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전면적이고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외신들은 당시 이런 통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벌이고 있는 반부패 숙청 작업에 대해 중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보도했다.
왕자의 난의 주역이며 새로 책봉된 빈 살만 왕세자는 다른 왕자와 장관, 유력 기업인 수십명을 체포하고 재산을 몰수하는 등 '왕자의 난' 숙청을 통해 왕권 강화로 친미 온건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모토로 이란과 중동 패권 우위 선점의 대외전략에 중국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쿠슈너는 4월 추텐카이 주미 중국대사와 막후채널을 확보하기 전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러시아 국영기업들과의 유착이 연이어 보도됐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5일 새로 공개한 조세피난처 버뮤다 로펌 애플비의 내부 문서,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따르면 쿠슈너는 2014년 말 동생 조슈아 재러드와 함께 부동산 창업기업 ‘캐드리’를 창업했고, 이 회사에 실리콘밸리 거주 러시아인으로 정보통신(IT) 거액 투자자인 유리 밀너(56)가 85만달러를 투자했다.
쿠슈너 창업 부동산회사는 2016년 트럼프를 지지했던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을 포함해 1억 3300만 달러의 벤처캐피털을 유치했고, 쿠슈너는 2017년 1월 백악관 선임고문에 취임하면서 러시아인 투자자 밀너가 운영하는 펀드가 2011년 러시아 국영 VTB 은행으로부터 1억 9100만 달러를 받아 트위터 지분 1100만주(2%)를 매입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러시아 최대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도 밀너의 투자펀드를 통해 2012년 페이스북이 상장하기 직전 7800만주(10억 달러·3%)를 확보했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위장 투자계열사를 통한 우회투자였음이 드러났고, 이런 러시아 국영기업은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이다. 
원래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VTB은행 가스프롬 등 러시아 국영기업은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에 올라 미국 기업 투자 자체가 불법이다. 미국내 문제가 커지자 두 회사는 “밀너의 투자펀드를 통해 트위터, 페이스북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나 정치적 동기와 무관하며 현재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고 밝혔고, 당사지인 러시아인 밀너는 “어떤 투자도 정치와 무관하며 쿠슈너에 대한 투자는 펀드가 아니라 개인 자금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한 상태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들이 2016년 대선에서 크렘린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연방수사의 주요 초점”이라며 “연방 검찰은 크렘린과 연결된 러시아인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한 가짜 뉴스와 분열적인 정치광고와 함께 트럼프 대선 캠프와 협력했는지를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쿠슈너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 플로리다 리조트 정상회담을 주선할 당시 러시아 스캔들을 중국으로 돌리는 전략이라는 일부 지적이 있었으며, 러시아가 깊게 개입된 사우디에 중국이 접근하자 사우디의 왕권 계승권 다툼이 격화됐고, 여기에 쿠슈너의 러시아 인맥 중국 인맥들이 다시 등장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우디 권력 다툼에 대한 공간은 미국의 대외전략이 파고들고 그 틈새에 이스라엘이 사우디와 정보교환 및 비밀협력 창구를 개설한 것이다.
명분은 대이란 전선구축이고, 이란을 국제사회 공적으로 만든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협정 파기 선언이다.
이란 핵협정 파기는 북한 핵 협상 교착의 돌파구를 여는 대외 선언으로 해석됐고, 이제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을 단속하는 교두보를 구축했다.
이라크전의 1991년 1월 개전을 위해 침공 당한 쿠웨이트 친미 관료들은 세계적 홍보회사 힐 앤드 놀튼(Hill & Knowlton)과 계약해 이라크 침공 선전을 시도했다. 이 회사 워싱턴지사장은 레이건 당시 부시 부통령 비서실장이며, 이들이 만든 영상자료는 한국 KBS MBC 등 주요 뉴스에서 이라크군의 잔혹성을 연속 보도로 내보냈고 미국 상하원 의결을 거친 미군의 바그다드 공습과 '사막의 폭풍작전'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