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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합의에 긴장판단 불일치로 장애여전

김종찬안보 2018. 1. 9.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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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회담의 남북합의는 보는 각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일단 체육회담 성격을 고수한 북한의 전략은 성사됐고, 이를 정치회담으로 확대하려던 남한의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남북 대화를 북미간 대화의 가교로 삼으려는 남한의 기본 접근은 북한의 제동에 더이상 접근이 차단됐다.

오히려 남북대화의 고유성을 확대하려는 접근을 남한이 시도했으면 더 큰 한반도 평화에의 길을 열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를 한국은 남북대화 정체성 확보에 가치를 두지 않았다.

대외협상에서 항속적 의제인 체육회담의 확대보다는 한정적 의제로 외부 영향에 직결되는 정치군사회담으로의 일방적 확산에 집중해 항속과 한정의 의제를 뒤바꾼 탓이다. 남북간 체육교류 회담 항속화가 오히려 긴장완화 확보를 위한 기회였다고 보여진다.

전쟁위험 속에 긴박한 외교협상에서 안전통로의 확보를 위한 체육회담의 성립은 그 자체 유지가 중요한 역사적 경험을 외면했다. 이번 회담에서 남측 체육관계자와 선수단의 북한 방문과 항속화 의제인 상호방문 확보는 얼마든지 가능했고, 단독 초청에서 남한 비용부담이 대북제재와 걸리는 문제를 상호방문으로 해소할 기회가 사라지고 해소에 대한 추가 부담을 떠안았다.



오늘 판문점 남북합의는 올림픽 참가 선수단에서 응원단 기자단 등으로 대폭 확대와 군사당국간회담 개최 합의가 주 골자이고, 민족적 화해를 위한 남북간의 공동노력을 추가 옵션형태로 부가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예외적인 체육회담으로 대외 개방로를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에서 남북한의 이해는 일치하지만, 남북간의 진지한 공동이익의 확대에는 전혀 접근되지 않은 외교협상의 전형이다. 예외적 체육회담의 기준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북한의 협상 전략에 대응할 남한의 전략이 기존의 비핵화 의제 남북이산가족 행사 접근시도와 같은 종속적 정치회담 소재를 답습한 결과이다.


한국은 체육회담을 넘어 군사당국회담 협상을 만든 것으로 한반도 긴장완화의 길을 마련했다고 진단해 성과를 긍정으로 자평 일색이다.

반면 한반도 긴장이 북미간 긴장조성에 의해 생성 증식돼어 온 점은 남한이 한반도 긴장조성 조정의 역할에 끼어들 여지를 차단하고, 합의된 남북군사회담 협상은 한반도 긴장 조정에서 거리가 있고, 이는 북한이 처음부터 전략적으로 통제했던 영역이 지켜졌다.

협상에서 어치피 상대가 극구 피하는 것을 억지로 시도해서 부작용으로 이어지는 과거의 남북대화 경험을 이번에도 다시 되풀이했다.

한반도 긴장의 코아인 북미간 대화의 조성에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의 여부는 남북대화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사안인 비핵화 등을 포함하는 것에 연계되지 않는다. 남한 대표단을 이걸 간과했다. 체육회담으로 안정통로의 독립성 확보는 이번 남북대화에서 적절한 기회였다.


합의된 공동보도문에는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해 남측에서 제안한 군사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남과 북은 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 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키로 했다"고 명시했다.

이는 남한의 요구에 북한이 응한 것으로 보인다. 기한이 명시되지 않은 군사회담에 대한 공동합의는 구속력 보다는 한쪽 일방의 요구로 성사됐음을 대외에 공표한 것이고, 한국은 이것도 놓쳤다.

북한 입장에서 남북간 군사회담은 한반도 군사력 대치의 한정적 소재에 해당된다.

북한은 그간의 핵 미사일 시험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와 직거래하며 군사력 과시와 이에 대한 국제적 제재압박을 국제화로 표현하고 있고, 이번 체육회담으로 남북대화는 그와 다른 남북대화로 성격을 분리했다.

남북협상에서 군사당국간회담 협상은 체육회담의 연장으로 이해될 여지가 높고, 남북간 군사회담의 범주에 대해 북한은 처음부터 핵과 인공위성 시험의 범주를 포함시킬 가능성이 없어 남북군사당국협상에서 배제시킬 길을 터줬다.

그런 북한은 남한의 군사력에 대해 한반도에 국한한 것으로 대응해왔고, 북한은 국제적 군사력을 과시하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맞서고 있어서 비핵화 회담에 응하지 않는 대응 방식으로 일관한다.

국제적 대북제재에서 북한의 이에 대한 국제적 지위를 확보한 것으로 자평해왔고, 한국의 대북제재 편승은 국제적 대북제재의 한 부분으로 접근했고, 이에 체육회담이 성사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북한의 이런 오인이 가능하게 대북제재 편승과 체육회담 예외개최에 대한 독자적 입장을 회피해 북한 입장에 정당성을 뒀다. 회담 성사 이후에야 외교부는 대북제재 충돌에 대해 면밀히 살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는 이의 상호간 불일치 확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