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비증강해서 북한과 대화주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근간에는 해군주도가 핵심이다.
해군을 통한 국방개혁은 해군이 지니는 특성인 신무기 시험장이 깔려 있다.
이 경우 이입문화를 주도하는 해군과 국수주의 성향의 육군이 충돌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흔히 대륙국가에서는 陸主海從이 원칙이다. 해양국가에서는 해군과 육군이 별개로 조직화 지휘를 받는다.
근본적인 차이는 해군이 적의 격멸을 목표로 하는 공격지상주의에 지배되는 반면, 육군은 공격외에도 일정한 지역 방어와 확보까지 요구되는 작전을 감행한다.
지역 확보임무의 육군은 전투부대가 전력의 근원지로 돌아와 보급을 받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전선과 후방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것이 전투력 유지의 핵심이고 이를 해군이 담당하는 경우 제해권에서 해상호위전을 해군이 책임진다.
해군 주도는 이런 해군의 육군 보조 역할의 약화를 의미하고 공격우선주의 해군 강화는 군비배분에서 충돌을 야기한다. 원래 분업이 발달하지 않은 군조직에서 횡적인 자발적 분업이란 기대할 수 없고 종적인 궁극적 위치로의 직속성에 회귀하게 된다.
한국의 군집화된 육군은 처음부터 일본형을 시작으로 미국 군제를 일부 도입 모방했지만, 그 미육군은 독일형 참모지휘군대를 도입했다. 유럽전에서 가장 뛰어났다는 나폴레옹의 천재적 작전을 대응하기 위해 독일이 개발한 프로이센군의 참모본부는 衆智를 모아 나폴레옹에 대항한다는 의미가 기본이다. 여기서 참모형은 공동책임을 수반한다.
한국은 일본형 중에서 지휘관 독선제가 가장 뿌리 깊게 남아있어 독일형 참모제를 지속적으로 기웃거리다가 육군의 독사파(독일사관학과 유학파)가 엘리트 군집화됐다.
원래 일본 육군에는 지휘관과 참모장이 공동책임을 진다는 관념 자체가 없다. 그 결과는 막료의 폭주를 불러왔고 막료들간의 군집화가 군국주의의 빠른 가속화 동력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은 지휘관 중심으로 참모의 책임성을 부여하나 참모의 無名性을 존중하는 타입이다.
현재 미국형은 책임지휘관제에서 민간군사기업PMC의 비중 강화로 가고 있고, 문재인 정부의 송영무 국방장관은 이런 추세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천재 나폴레옹 전쟁에 대응해 개발된 독일 참모제를 일본이 잘못 모방한걸 한국이 그대로 도입해 특성없이 전횡하는 지휘관 막료조직으로 변질됐던 군집화가 그대로 살아 움직이면서 민간군사기업을 도입하는 것은 군의 이권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더 키운다.
여기에 참모제가 지니는 고유의 공동책임의식마져 배제하고 처음부터 명령지상주에 함몰된 한국 육군과 하위 개념의 공존하던 해군이 특별한 전문성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비만 증액한 상태가 가중된다.
한국의 군대는 가장 강점이 남한 땅을 지키는 방어적 군대로서 주둔개념에 확고한 토대였고, 이 토대가 해군주도로 넘어가면 주둔개념도 엷어지고 공동책임제도 취약해지는 허약성에 노풀되기 쉽다.
해군강화론으로 군비강화하는 것이 국방개혁의 실체인 이상 이 위험성을 쉽게 극복되기 어렵다.
또한 송 장관이 주도하는 중간간부 부사관을 예비역과 혼용하는 방식이 도입되면, 일본 태평양 패전의 원인이었던 육군 해군 갈등 전철을 밟는 것이 된다. 상하 서열 관계의 혼용은 사관그룹의 그간 운용을 기본 틀을 바꾸는 것이고, 그 사이 새로운 지휘관과 운용관의 조화가 형성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