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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강경보수 전략이 남긴 손실 구조

김종찬안보 2017. 9. 1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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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총회 18일 연설을 통해 존재감을 찾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안보리 대북제재의 늪을 쉽사리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 운전석론이 미사일 정치와 핵 정치를 분리못해 미국과 중국의 틈새에 끼어버린 문 대통령은 마침내 핵의 국제정치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채 안보부재의 미국우산에 갇힐 위기에 다다랐다.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안은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주도하고, 대북 중유중단이란 미국 카드에 최저생할 인권보장 카드로 맞선 중국과 러시아의 연대에 중간선 타협안이 마련됐다.

반면 애초 대북 추가제재안을 미국과 긴밀협의한다고 대외에 공표했던 한국의 외교팀은 제재안 마련 석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나 버렸다. 외교력 부재가 확연히 드러난 가운데 대화주도라는 국내용 선전용어는 고작 유럽연합내 갈등에서 대외 소재로 전락했다.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영국은 강경보수의 원조답게 마이클 팰랜 국방장관이 10일 BBC에 출연해 런던이 미국 LA보다 북한에서 더 가깝다는 근거리론으로 북핵 개입에 틈을 노렸고, 유럽연합 고수파인 독일 메르켈 총리는 2015년 이란핵 협상방식인 'P+1, 안보리 상임이사국5+독일1'을 제안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상임이사국 프랑스 마트롱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통해 추가 제재안 통과를 협의했고 아베 일본 총리는 '합의도출'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의 한불 정상간 통화내용이 공표되지 않았지만, 대북제재 합의안 통과 부탁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북제재에 가세해 달라는 외교부탁이지, 중국의 중재안을 도와달라는 것은 아니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추가제재안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라 국제적으론 미국편이다. 실제 한국정부는 결의안 통과직후 대북제재에 환영논평을 내고 북한에 경고했다.    

 

일단 안보리가 11일 오후(현지시간, 한국 12일 오전)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하는 신규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에 앞서 기본안을 마련했다. 기본 골격은 미국이 주도한 김정은과 대북제재의 일체화를 중국이 제동을 걸어 대북제재 규모를 축소하고 인적 규제인 제재명단이 6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중유제한은 전면 차단에서 연간 200만배럴으로 상한선을 두는 형식이 유력한 중재안으로 마련됐다.

 한국은 이런 추가대북제재안 마련에서 처음부터 '주도자'를 자처했지만 막상 제재안의 희생자가 됐다. 소위 세컨더리보이콧으로 불리웠던 제재안에는 섬유·의류 수출 금지가 들어있어 개성공단 재개를 희망해왔던 문 정부의 타격이 예상된다.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 금지는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하지 않아 애초 미국안이 그대로 진행됐다. 개성공단으로 북과 대화의 창구를 열려했던  한국이 개입할 여지도 없어진 협상안이다. 섬유는 석탄 등에 이어 북한의 주력 수출상품 가운데 하나로 연간 수출액이 약 7억5천200만 달러(약 8천500억원) 규모다.

또한 문 대통령이 러시아와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북방정책의 일환인 턴연가스 공급 파이프라인 건설도 제동이 걸렸다. 초안에는 천연가스액과 천연가스 부산물의 경질원유 응축액의 수출도 금지된다.

반면 미국이 마련한 초강력 제재안에 대해 러시아가 완화 요구한 북한 해외노동자와 공해 상의 북한 선박 강제검색 관련 부분은 다소 완화됐다.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일본 교도통신은 합의안에 대해 "안보리 결의안 최종안은 원유 수출에 대해서는 연간 상한을 설정하고 과거 12개월의 수출량을 초과해서 안된다고 명기했다"면서 "북한에 대한 모든 석유 정제품의 공급과 수출을 합쳐 연간 200만 배럴로 제한하기로 했으며, 가맹국에 대한 수출량 등을 매달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미리 12일 전했다.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 논평을 통해 "대화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란 중국 정부 입장을 11일 재확인하며 '한국 책임'을 공식 거론했다. 당기관지인 인민일보(人民日報)는 해외판 고정 논평인 '망해루(望海樓)'에 자슈둥(賈秀東) 중국 국제문제 연구소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최근 시진핑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과의 전화통화에서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고 그에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9차 브릭스 샤먼 정상회의에서 북핵 위기를 논의했다"면서 "세계 주요 강대국 정상들은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그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국가정상들과의 소통에서 중국 측은 ‘3가지 견지(堅持)’, 이른바 한반도 비핵화 목표 견지(실현), 동북아 평화와 안정 견지(수호),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 견지라는 강력한 입장을 전달했고, 첫 2개 견지는 '목표'이고 세 번째는 그 목표를 실현하는 방법과 수단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곧 이은 논평에서 각국 정상들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지역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2개 목표와 연관해서는 의견일치를 이루고 있지만 목표 달성 방법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있다면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여러 방법 중 대화는 유일한 해결법이고, 국제사회는 대북제재, 압력 강화, 고립 강화는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논평의 주장은 중국 정부가 제시한 ‘투 트랙 구상(북핵 폐기와 평화협정)'과 '동시 중단 제안(북한의 핵미사일 발사와 한미 대규모 군사훈련 동시 중단)'은 한반도 문제의 핵심을 짚었고, 한반도 문제 난점을 찾아냈으며 전략적인 해결을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하고, “북한과 한미 양국은 동시에 정치적 결단을 내려여 하고, 한반도의 긴박한 정세 속에서 관련국들은 책임감을 갖고 적절한 타협을 해야 한다”고 말해,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책임론을 주장했다.

 

한국의 입장은 여전히 보수적이다.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이 쓴 칼럼 '대만이 핵으로 협박해도 중국은 침묵할까'를 통해 실상을 보자. 이 주필은 북핵을 전지구의 문제로 확정해 영국과 유럽의 보수주의도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 영국은 런던이 LA보다 가까워 개입해야 한다는 전략적 보수주의 주장을 더 확대하고 있다.

 

"북핵은 전 지구적 재앙이다. 1만㎞를 날아갈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 본토의 대부분과 유럽 전역까지 때릴 수 있다. 북한에서 8000㎞ 남짓 떨어진 유럽에서 EU가 강력한 제재에 나선 이유다. 멕시코가 북한 대사를 추방하고, 필리핀이 북한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한 것도 북한의 막무가내식 핵 폭주를 못 참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국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침묵하고 있다. 대신 성주에 중계차를 보내 사드 배치 장면을 생중계했다. 환구시보는 “한국의 보수주의는 김치를 먹더니 멍청해졌고, 사드는 악성 종양이 되고, 한국은 부평초 신세가 될 것”이라고 저주를 퍼부었다.
한마디로 네가 죽고 사는 문제는 내가 알 바 아니고, 미국과의 전략적 균형과 내 자존심이 중요할 뿐이라는 강대국 특유의 독선이 흘러넘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3일 6차 핵실험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전화 통화 요청에 묵묵부답이다.
중국 사람들은 틈만 나면 초강대국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난한다. “체제가 다르다고 옛소련과 리비아를 없애더니 이제는 중국을 적대시한다”고 흥분한다. 하지만 사드 배치라는 안보 사안 때문에 경제 보복을 하는 비상식적 나라가 중국이다. 견디다 못해 이마트가 20년 만에 중국에서 철수하고, 롯데마트의 112개 점포 가운데 87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현대차 부품업체들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삼성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1위에서 9위로 추락했다. 삼성 SDI,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계도 중국의 횡포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제사회의 기본인 정경분리 원칙은 사라졌고, 시대착오적 냉전시대의 적의(敵意)만 번뜩인다.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는 달콤한 레토릭은 악취 나는 쓰레기통에서 나뒹군 지 오래다. 이러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맞서 자유무역을 선도하겠다는 시 주석의 공허한 약속을 믿으라는 것인가.
 사드 배치는 문 대통령이 8일 밝힌 대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을 지킬 최선의 조치”가 맞다. 만일 중국의 턱밑에 있는 대만이 북한처럼 핵으로 무장하고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은 북핵에 대해서처럼 침묵할 것인가. 어림도 없다. 사드 배치 정도가 아니라 대만을 봉쇄하고 전쟁도 불사할 것이다. 그런데도 방어용인 사드 1개 포대를 들여놓았다고 이렇게 무차별 경제 보복을 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다. 사드가 중국을 감시하는 용도라는 의심이 들면 성주에 와서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 될 것이다. 한국은 미군을 설득해 얼마든지 의문을 풀어줄 의사가 있다. 이제는 중국이 냉정을 되찾고 본질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휘청이던 중국이 손을 내밀자 잡아주었다. 한국전쟁 때 죽기살기로 싸워 한국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적이었지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됐다. 이렇게 해서 1992년 수교한 뒤 사반세기 만에 중국은 한국의 뛰어난 제조업 기술을 발판 삼아 혁신을 거듭한 끝에 경제 대국이 됐다. 물론 한국도 성장하는 중국 시장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그런데도 한국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것인가. 시 주석의 “인류 운명공동체를 함께 구축하자”는 제안을 실현하려면 죄 없는 한국 기업을 괴롭히지 말아야 한다. 대신 막 나가는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중단하고 핵 개발 포기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이 발사 방향만 바꾸면 치명적 위협이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중국은 옛소련의 해체로 고립된 북한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한국과 손을 잡은 현실적인 나라다. 수교 1년 전인 1991년 덩샤오핑은 댜오위타이 18호각에서 김일성과 만나 “영원히 깨지지 않는 동맹은 없다”며 한·중 수교를 예고했다. 댜오위타이를 빠져나오면서 힘이 없어 혈맹으로부터 배신당하고 망연자실했을 26년 전 김일성의 심경을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은 경제강국이다. 강대국 눈치 보지 말고 생존과 안보에 대해 당당히 할 말을 해야 무시당하지 않는다. 이제 우리에게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환상의 실체를 재점검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중앙일보 이주필 칼럼은 대만과 북한에 대한 중국의 대응 차이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한국이 경제강국으로 중국과 안보를 대등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다.

 이런 당당한 대응 방식 주문은 실제 북한이 요구하고 중국이 중재하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과 수교협상, 그리고 북한과 일본과의 오래된 수교협상에 대해 한국이 제동을 거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대만이 미국과 특수한 관계를 통해 생존하기 위해 경제와 안보를 분리했고, 한국이 이제 경제강국으로 안보와 경제를 일체화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려면, 미국과 중국에게 특수한 지위를 요청할 필요도 없고, 사드보복이란 경제적 측면의 불편함을 호소할 이유도 실제 없다.

 오히려 정치적 결정에 대응한 인접국가들의 정치 경제 대응은 공정하게 양자간 대응으로 일관하면 되며, 북한이 미국과 양자간을 가지려는 무모하며 극단적인 시도에 대해 인정해야 '국제적 재앙'을 양자회담에서 통제할 수 있고 이것이 국제정치 구조의 일반론에 해당된다.

 

문재인 정부 통일부는 11일 북한이 외무성 성명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논의 주도 미국을 향해 "사상 유례없는 곤혹을 치르게 만들 것"이라고 위협한 데 대해 추가도발의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 자료를 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성명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앞두고서 이에 대한 경고성 및 추가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북한 외무성이 성명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 미국의 대북 인권제재에 반발해 성명을 낸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에 앞선 북한 외무성 공식 발표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의 공식논평이 "안보리 제재 결의를 앞두고서 이에 대한 경고성 및 추가도발의 명분을 축적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는 해석 논평은 적국에 대응하는 적대적 심리전의 연장에 해당된다.

또한 통일부 백 대변인은 북한이 정권수립일인 지난 9일 도발에 나서지 않은 데 대해 "자축행사를 통해 내부결속에 주력하면서 핵 무력 지속개발 의지를 피력하는 대외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 내부를 부정적으로 해석한 추가 평가를 냈다. 적대감이 없으면, 정확히 모르는 상대편 의사표현에 대해 정부 논평을 내는 사례는 없다.

앞의 이 주필이 말한 '안보와 경제의 이중구조 탈피할 경제대국의 면모'는 이 통일부 논평에서 발견할 수 없다. 로이터통신 AFP 교토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앞다퉈 유엔 안보리의 추가 제재안이 회원국들에 회람된 내용을 추적 확인해 보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의 공식 논평이 지나친 적대감으로 가득차 예민한 현실을 덮어버렸다.

국제정치 중앙 무대인 유엔 총회에 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의 보편성을 강조할 것이며, 유엔 대북제재 현실의 정당성을 되풀이 호소해야 한다. 제재안 협상 테이블에서 밀려난 한국이 대화주도를 다시 유엔에서 강조하는 것은 국제용이라기 보다 국내용이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