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가 방향성을 상실해 장기물이 상승하고 단기물이 하락세다. 주식에서 외국인의 매도세는 좀처럼 꺽일 줄 모르고 8월에 주식 2조5천억원, 채권에서 2조1600억원 규모가 순유출됐다.
수출은 8월 초순에 지난해 대비 9% 정도 감소했다.
미국 금융시장은 더 이상 증세다. 미국 연준이 지난 3월과 6월에 두 차례 소폭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렸지만, 시장의 국채금리는 오히려 내려간 것이다.
미국 금리가 상승했는데도 달러화는 오히려 약세다. 더구나 미국의 실업율은 낮아져 경기가 호황이라고 하는데도 이런 현상이 금융과 외환시장에서 나타났다.
가장 확실한 것은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다. 그것도 미국 경제가 좋아져서 생긴 자금 이동의 흐름이 아니라는 점이 초점이다.
미국 내에서는 경기 흐름을 읽는 기준에 혼선이 생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제학자들은 경제학 전통인 필립스 곡선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곧, 경기가 좋아지고 실업이 낮아져 고용이 높아지면 소득도 올라가야 하는 필립스 곡선의 오랜 규칙이 반대로 소득 하락으로 나타난 것을 지적한다. 실업률이 오르면 물가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내리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경제학계 정설인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과 반대로 물가 하락이 미국의 대세다.
진보적 미국 경제학자들은 이 현상에 대해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과 확대'를 강조한다. 호경기의 자금이 노동자의 소득증대로 이어지기 위해 노동자가 연대와 단결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노동조합 운동이 거대 노조 조직에 국한돼 저소득층을 포용하지 못한 한계를 넘어서자는 경제운용의 새 방향이다.
미국 경제가 외형상 좋아보이는데 진정으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미국을 중심으로 강해지면서 채권 매수 쪽으로 금융시장 경향이 기울고 있다. 미국에서 고용은 초호황인데, 임금과 물가는 제자리걸음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분기 2.5%로 반짝 상승했다가, 여름이 지나며 다시 1%대에 머물고 있다. 미국 경제는 평가가 좋은 상태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 3.0%(연율 기준)이고, 1분기(1.2%)보다 상당히 상승했으며, 실업률도 지난 7월 4.3%까지 하락했다.
그렇지만 미국의 경기에 직접 영향을 받는 한국의 수출전선도 이상 징후다. 미국의 호경기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관세청 집계는 8월의 1~10일 수출액이 123억달러로 전년도 동기보다 8.7% 감소했다. 수출 감소에 대해 관세청이 11일 발표 당시 덧붙인 설명은 “수출액 감소는 조업 일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번 8월 1~10일 조업일수는 7일이고 지난해에는 이보다 하루 더했다는 것이다.
수출 품목이 내용의 정확한 파악을 도와준다. 품목별로는 반도체(42.9%) 석유제품(15.0%) 승용차(13.7%) 수출이 상승했고, 반면 무선통신기기(-18.7%) 자동차부품(-37.6%) 수출은 감소했다.
원래 8월당 전체 수출은 전년 대비 17.4% 상승했다. 미국의 호경기를 반영해 올해 수출은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해왔다.
문제는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이동통신 및 자동차와 조선업의 감소세가 뚜렷한 내용상의 결함이다. 이중 일부 상승한 석유화학 제품은 경기호전에 따른 유가 상승의 부산물로 보인다.
한국의 전통적 주력 품목인 자동차와 조선업 수출 감소는 매우 구조적이다. 향후 개선 전망도 거의 없어 보인다.
이들 업종은 국내 고용시장의 근간이고, 사회구조와 직결돼 있어 실질적으로 한국 경제에 비관적인 느낌을 준다.
한국도 실업률이 오르면 물가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내리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필립스곡선(Phillip’s curve)‘이 거꾸로 작동한다. 정부 주도 재정 투입으로 실업율이 내리는데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 한국은 원화가치가 유로화 대비 달러화 약세 추제를 따라가고 있어 약세다.
미국 금리는 계속 저금리를 유지하면서 달러화 가치도 추락하고 있고, 한국의 국채는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채권값이 낮다. 11일 기준으로 국고채 금리는 3년물이 소폭 하락(채권값 상승)하고 5년물과 10년물은 상승해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1bp(1bp=0.01%p) 하락한 연 1.757%로 11일 장을 마쳤다. 5년물과 10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각각 0.6bp, 1.1bp 올랐으나 20년물은 1.3bp 하락했다. 장기채인 30년물과 50년물은 0.9bp씩 상승 마감했다.
채권시장은 북한 리스크는 일단 요인으로 꼽는다. 여기에 정부가 적자재정 편성한 상황에서 곧 이은 국채 입찰도 작용했다.
한국에 돈이 풀리는 속도가 얼마나 될지 관심이 집중되면서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는 점차 진행중이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경제가 지향하는 재정의 시장 방출이 진행 속도에 따라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통화안정론자들은 한국에 대해 유럽식 소득주도 경제를 모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재정 풀기에서 속도조절의 중요성을 조언한다.
그러난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의 효과를 위해 정부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공공부문 고용자를 한꺼번에 늘려 재정 풀기에서 속도담을 줘 경제체질을 기업 중심에서 노동자-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쇼크요법에 더 집중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재정을 풀면서 방향과 속도를 정부가 직접 통제(Regulated)하는 계획경제에 익숙한 관료답게 관료의 통제하에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부동산 중에서도 초호황 불루칩이었던 재건축의 금융시장을 그런 방식으로 통제하는 것에서 관료경제의 전형을 대외에 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8월에 2조417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했다. 채권은 2조1670억원 어치를 순매도 하며 총 4조5840억원 정도 외국인 자금이 순유출됐다.
국내 주식시장은 7월말 외국인 매도세가 시작돼 순매도로 강화된 상태다. 채권시장은 매수 우위가 이어졌으나 만기 상환이 걸려 있어 결과적으로 순매도 전환이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시장에서 2조5000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은 1000억원을 순매수 했다.
외국인 전체 보유량은 8월기준 주식 596조2000억원 보유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순매도로 지난 달보다 9조5000억원이 감소한 액수이고, 국가별 순매도를 보면 미국이 8000억원, 아시아 6000억원, 유럽이 4000억원, 중동 430억원 규모의 순매도이다.
미국의 순매도 규모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보유비중에서 미국이 단연 높은 원인도 있지만, 미국이 장기보유에서 이탈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현재 한국 주식시장에서 미국이 246조700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외국인 전체 보유액의 41.4%로 절대적 비중이다.
반면 유럽은 총합해 169조6000억원으로 28.4% 정도 보유이며, 아시아가 74조원으로 12.4%이고, 중동은 24조9000억원으로 4.2% 정도를 보유해 미국의 한국 주식시장 입김은 확연하게 강하다.
채권시장은 반대다. 미국이 보유비율이 낮고 아시아권이 40% 수준으로 높다.
외국인이 한국 채권시장에서 이번 8월 기준 총 104조4000억원을 보유해 전체 상장채권의 6.3% 정도를 비중이다.
권역별로는 아시아가 41조8000억원(전체의 40.0%), 유럽 34조6000억원(33.2%), 미주 11조7000억원(11.2%) 순으로 미주권이 낮은 편이다.
이들은 8월에 중동이 7000억원 순투자 했을 뿐이고, 유럽은 1조6000억원, 미주는 1조1000억원을 채권시장에서 순매도했다. 결국 채권시장에서 미국과 유럽 자금이 이탈을 주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올해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많이 나오자 올해 수출과 금융시장에 대해 구체적 해명을 내지 않는 대신 '내년에 역기저 효과로 호전된다'는 입장을 여러번 밝혔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올해 수출저조 현상에 대한 정부 논평을 옮기면 이렇다.
"다만 정부 내에서도 내년부터는 수출이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올해 두 자릿수 수출 증가율은 작년 수출 실적이 나쁜 데 따른 기저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며 '반대로 내년에는 올해 양호한 수출 실적과 대비되는 ‘역기저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무역보복 장기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요구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도 수출에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는 경제성장율 3%대와 실업율 4.3%를 기록하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고 연방준비제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긴축 조치를 서방 금융강국 가운데 선두에서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금융은 경기 호조와 달리 반대로 움직여, 기준금리는 오르는데 시장금리는 내리고 있고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계속 추락하고 있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541%이다. 3월 연고점(2.6092%) 대비 0.5%포인트 이상 더 떨어졌다. 미국 연준이 3월과 6월 기준금리를 두차례 인상에도 시장의 국채금리는 역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런 저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전인 지난해 11월8일(1.8567%) 이후 가장 낮은 추세이다.
대개 단기적인 요인으로 미국 장기국채에 북한 리스크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한다. 안전자산인 국채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미국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영향을 준 것이다.
이를 판독하는 기준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인덱스이다. 최근 달러인덱스는 91포인트 초반대까지 하락했다. 특히 최하위로 낮아진 지수가 미 연준이 긴축에 돌입하며 나타난 것이라 문제가 더 크다.
트럼프의 공화당 정부는 강달러를 대선 전부터 공약했고, 그 추세를 바꾸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미국 경기가 호전됐는데 달러화 가치가 내리면서 세계 경제의 부양을 시도하는 것도 아니다.
근원적으로 달러인덱스의 과도한 급락은 미국 경제 자체에 대한 신뢰에 균열이 생긴 것으로 이해된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의 경제지표인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주목을 받는다. 미국 물가가 너무 낮으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고 국제 금융시장은 이를 즉각 반영할 것이다. 통상 추정은 소비자물가지수가 1% 중후반대 물가 상승률로 표기되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대 아래로 내려갈 것이고, 덩달아 유로화 대비 달러화 가치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시장은 이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