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QE)로 자금이 넘치지만 저물가 지속되는 미국에 두 가지 잣대 진단이 나왔다. 하나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낮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모르겠다며 우려를 나타냈고, 다른 하나는 노벨경제학상 수상경제학자가 증시의 고평가가 대공황시기와 같다고 진단한 것이다.
물론 두 진단 모두가 미국 경제는 큰 염려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옐런 의장은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자회견에 "2%를 밑도는 인플레이션은 더욱 더 미스터리"라면서도 "미국 경제는 경기회복이 강한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미국 예일대 교수는 미국 증시가 1929년 대공황을 촉발한 주식시장 붕괴 당시처럼 고평가 됐다고 진단하면서도 "1929년과는 상황이 다르게 증시가 수 개월간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쉴러 교수가 같은날20일 미국 경제 매체 CNBC에 출연해 진단한 초점은 "대공황과 지금 미국 증시가 다른 이유 한 가지는 결정적으로 시장 심리가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심리가 "저금리가 아니고 미국 전반적 분위기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여기에 덧붙여 투자에는 고평가에 유의하라는 경고도 말했다.
그의 진단의 근거에는 '부채'가 결정적이다. 즉 대공황에는 빚을 내서 증시를 샀고, 현재는 빚을 내어 증시에 투자하면서 고평가된 것이 아니란 배경 분석이다. 물론 증시에서 금융위기 이후 부채에 의존한 투자확대를 통제하는 제도적 장치도 그만큼 강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시도한 배경은 규제를 피해 파생상품에 과다투자하며 초래된 금융위기가 있었고, 금융위기 탈출을 위해 상당한 규제장치가 마련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기에는 세제개편에 대한 기대도 연결된다. 이른바 안전장치가 마련된 증시에 자금이 몰리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통화정책 결정자 옐런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고 기대치도 더 낮출 것이 우려된다"면서, 수년간의 저인플레이션은 노동시장에서의 많은 유휴자원(실업자), 에너지 물가 하락, 달러 강세로 인한 수입물가 하락 등을 꼽았으나, 이제는 그런 유휴자원이 거의 사라졌다는 점을 들어 미스터리를 말했다.
한국은 정부측 사이드가 먼저 금리인상을 통제하는 발언을 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자산축소 결정으로 인해 국내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작다고 21일 밝혔다. 그는 연준 발표 직후 열린 제53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연준의 결정을 "시장에서는 예상한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차이는 실업률 예상과 시장의 심리에서 분명하게 갈린다. 옐런 의장은 FOMC가 인플레이션이 낮은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실업률은 다소 낮은 수준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고평가를 진단한 쉴러 교수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은 시장의 심리"라며 "미국의 전반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실업률과 시장 심리 및 국가안정도는 미국과 정반대의 상황이다. 한반도리스크는 미국이 북한핵 해결에 강력한 응징책을 계속 발표해 압박하는 방식이라서 미국은 안정적이고 한국은 불안정해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리스크는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과 연결되고 이는 자본유출의 직접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미국은 올해 초 개인소비지출(PEC) 물가지수상승률이 2%였으나 6, 7월에는 1.7%로 하락했다. 반면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식품물가의 경우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3배이다. 지난 7월 물가상승률이 5.6%로 OECD회원국 평균 1.7%의 3.3배다. 그 이전 지난해2016년 10월에는 OECD평균 1.4%에 비해 1.5%를 기록한 것과 대비하면 상당한 압박이다. 참조로 멕시코가 6.9%를 기록했다.
한국은 국제금융센터가 고공행진해 온 물가상승률이 하반기부터 떨어져질 것으로 예상하며 그 원인으로 '통신비 인하'라는 정책을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에 의한 소득주도경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추경을 비롯한 재정지출에 몰입하고 있다. 통계청의 물가상승률은 4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월 대비 1.9% 증가했고, 석유류가 전년대비 11.7%가 올랐다.
쉴러 교수는 현재 미국 증시가 1929년처럼 고평가된 평가기준에 대해 "1929년 증시는 고점에서 바닥으로 80% 폭락했는데 당시의 계절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은 현재보다 그리 크게 높지 않았다"고 말했다. CAPE는 쉴러 교수가 고안한 주가수익비율(PER) 지표로 주식의 고평가 여부를 가늠하는 척도다.
그는 미국 증시가 전 세계에서 가장 고평가된 시장인만큼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들진 말라면서, 미국 증시의 CAPE가 26개국 증시 중 가장 높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 미국 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통화부양책 등에 힘입어 수년간 랠리를 이어왔으며, 이날 FOMC가 자산축소(QT)를 계획을 발표한 상태에서도 다우지수, S&P500지수는 또 사상 최고점을 경신했다.
고형권 기재부 1차관은 앞의 금융회의에서 미국 연준 자산축소 결정에도 국내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작다면서 "실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 규정했다. 고 차관은 "연준의 보유자산 축소 결정이 월별 자산축소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할 때 급격한 금리 상승 가능성이 낮아서 국내금리의 동반상승 정도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 차관은 "경제는 심리의 영향을 받는 만큼 주요 이벤트에 대한 빈틈없는 대응으로 과도한 불안 심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겠다"면서 시장안정 조치를 강조했다.
미국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현재 4조5천억 달러 수준인 보유자산을 다음 달부터 축소하며, 기준금리는 현재의 1.00~1.25%에서 동결하나 연준 위원 16명 중 12명은 연내에 최소 한 차례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엔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월가 금융인 투자자 200여명에게 '3% 성장달성'을 중심으로 한국경제 현황과 경제정책을 설명했고 김동연 부총리는 신용평가사 무디스를 찾아 설명을 했다.
이런 행보가 국제 신용평가사와 해외 투자자에 끼친 영향이 '시장 심리'와 직결되기 어렵다고 보인다.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리스크가 초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 정보 서비스로 '시장 심리'의 안정화가 실제 작동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부채에 의존한 증시투자가 오히려 증가추세였다는 점이 화근이다. 통화남발에서 비롯된 통화환수가 통화의 질적 가치에 의해 국가의 운명을 갈라버릴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