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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枯死전략쓰면 남북대화 열린다'는 강외무의 경제냉전

김종찬안보 2017. 9. 2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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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붕괴시키려는 게 아니라 진지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한 것이며, 제재와 압박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강력한 억지력이 동반돼야 한다."

미국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장관은 25일 워싱턴DC 토론호에서  '대화위한 억지력 강화'를 말하고, 미국 재무부는 26일 농업개발은행 등 북한 은행 10곳과 개인 26명을 새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의 단독조치는 이란핵협상에서 사용했던 금융봉쇄와 같은 방식으로, 북한 금융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사실상 염두에 둔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정상 거래 제3국 기관·개인도 제재) 실행의 첫 단계다.

 

미국의 제재조치는 즉각 '북한 枯死 작전'으로 불리었다. 제재 주도자인 미국의 경제봉쇄 고사작전은 한국이 이미 '세컨더리보이콧 긴밀협의' 공언을 통해 동조자로 구분된 상태다.

결국 한미 양국이 동시에 시행하는 북한경제 봉쇄작전을 시작하면서 '북한 붕괴는 아니다'고 강 외교장관이 말한 것이다. 강력한 억지력이 경제봉쇄라고 주장하는 강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입장에서 억지력 차원을 넘어 북한 고사작전으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하다. 이미 북한 멸절이란 트럼프의 공언을 위시해 북한을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는 극단적 대외 선언이 나왔다.

강 장관의 '북한 붕괴아니다'는 발언은 단지 미국이 북한을 없애려하니, 남한이 나서서 그런 미국의 대북강공전략에서 전쟁만을 막으면 붕괴는 아니다는 식의 자의적 접근이다. 이는 미국 경제재제 전략의 목표가 북한 붕괴인지 여부를 교묘하게 은닉하고 있다.

강장관의 발언의 효과는 미국 대북전략을 보좌하는 기능을 벗어나지 못하고, 대북제재의 정당성 부여에 급급한 상황이다. 강장관은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빈틈없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와 압박은 외교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게 아니라 진지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한 것"이라면서 "제재와 압박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강력한 억지력이 동반돼야 한다"고도 했다.

'강력한 억지력 동반'의 주체가 미국이고 미국의 강한 억지력에 대해 자체 판단이 없는 강장관의 발언은 미국의 대북전략에 대한 판단은 모두 제외하고 오직 북한도발의 위험성에서 '미국의 경제제재와 봉쇄의 효과는 남북대화'라는 가설을 외교정책의 뿌리에 둔 결과다. 

강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지난 7월 남북 대화 필요성 강조에 대해 "북한이 우리의 남북 접촉 제안에 호응해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걸음을 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남북대화 외면하면 미국으로부터 고사작전에 의해 고사당할 수 있다는 경고와 같은 발언이다. 한국이 미국의 대북 강공책을 막아주니 남한과 대화해야 한다면서, 대화 않하면 미국이 마음대로 북한에 위협을 가해도 된다는 식의 양면중 한면만을 알려주는 외교 편견을 그대로 드러낸다.

 

미국의 이란식 제재 모델이 북한에도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곳곳에서 제기됐었다. 미국 주도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통해 자리 잡은 개념이고, 미국은 2010년 이란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는 미국 기업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이란 제재법을 시행했다. 이란중앙은행 등 금융기관을 제재하고 달러 거래 금지를 겨냥한 극한 조치였다.

이란은 정치경제 양면으로 압박을 받았다. 원유 대금 지급 중단, 리알화(이란 통화) 평가절하 등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이 이어졌고, 2013년 총선에서 핵 협상을 통한 제재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중도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이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됐다. 미국이 과거부터 이란 이라크 등에 적용하던 정치적 개입의 수단에 경제제재가 동원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정치경제 구조가 이란과 다르다. 대외무역 부터 원유비중이 절대적이며 국가 재정 수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이란과 달리 북한은 고립된 경제체제의 특성을 갖고 있다. 한국 통일부와 KOTRA은 2016년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약 36조1030억원 중에 수출은 약 3조2000억원규모로 추정했다.

 

실제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이번 독자 제재에 대해 대중국전략을 숨기지 않았다. 소재는 대북제재이지만, 미 재무부는 26일(현지시간) 북한 금융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강행했다. 중국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이 되는 근거는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은행과 거래한 모든 미국인과 미국 기관은 미 국내법에 따라 처벌을 받므며, 동시에 이전 제재대상과 거래하는 다른 나라의 기관이나 개인도 추가로 제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은행들은 사실상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킨 대북 조치는 점차 광범위해진다. 제재은행은 농업개발은행·제일신용은행·하나은행·국제산업개발은행·진명합작은행·진성합작은행·고려상업은행·유경상업은행·조선중앙은행·조선무역은행 등이며, 제일신용은행은 북한이 싱가포르와 50년간 계약해 운영는 합작은행이며 유로 달러 등 외화전문이다.

 

국내 상황은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 자산을 대량으로 팔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원화 채권 투매가 눈에 띤다. 27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5.5bp(1bp=0.01%포인트) 상승한 1.887%에 마쳤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을 내다팔면서 가격 하락을 말한다. 5년물도 6.7bp가 오른 2,087% 마감으로,10년물 금리 역시 5.0bp 상승했다.

채권시장은 이를 외국인 투자자 투매 때문으로 보고 있다. 외국인은 26일 2조1598억원을 팔았고 27일에 8414억원어치 팔았다.

국채선물시장도 약세이다. 3년 국채선물(KTBF)은 전거래일과 비교해 22틱 내린 108.58에 마감했다. 10년 국채선물(LKTBF)은 80틱 하락했다. 틱은 선물계약의 매입과 매도 주문시 내는 호가단위로, 틱이 내리면 선물가격이 약세가 된다.

외국인은 27일 3년 국채선물을 1만4680계약 순매도했다. 26일에도 1만3661계약을 순매도앴다. 외국인은 10년 국채선물도 3082계약 매도했다. 국채시장에서 외국인이 9거래일 연속으로 팔자에 나섰다.

 

부도위험도 상승 중이다. 손실에 대한 파생상품 투자보상 수수료를 나타내는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상승했다. 원화 자산을 투자위험으로 보는 기준인 한국 외평채 5년물의 CDS 프리미엄은 26일 74.09bp로 전일25일 대비 2.15% 상승했다.

변동 폭도 크다. 2016년 2월12일(78.70bp) 이후 최고치이지만, 올해 초 CDS 프리미엄은 40bp 중반대으로 최근 30bp정도 높아졌다. CDS 프리미엄 역시 4거래일 연속 70bp를 상회하는 상승세이다.

한국물 CDS 프리미엄만 유독 급등하는 것은 북한 리스크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점에 연결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옵션’ 언급이 자유롭게 구사되는 배경에 강장관의 '제재압박 억지력 강화'가 뒷받쳐주는 경제제재의 실상을 보여준다. 외교정책을 편견으로 접근해 은닉된 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락시킨 전형이 된다.

 

김동연 부총리겸 기재부장관은 28일 6차경제장관회의에서 외국인투자금 매도세와 관련, "일시적 이익실현과 프로그램 매입에 의한 것"이라며 "북핵 리스크와 관련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