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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협상에 걸린 경제변수, 금융위기

김종찬안보 2017. 9. 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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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을 우회하려던 미국 공화당이 한반도 중무장화를 겨냥한 전략적 접근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전략에서 북한 분석을 담당했던 CIA분석가들의 언론노출 빈도가 높아진 것이 전략 전환의 기본 모형을 제공한다.

이들 분석가들은 기본적으로 북미간 비공개 접촉의 라인에서 일정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보이며, 이들은 '북핵보유 전제로 대북한 전략 접근'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일단 북핵보유 인정여부는 북미간 협상의 기준선이다. 기존 전략의 마지노선은 '북핵불용인'을 전제로 중국과 북한의 협상에 응하는 것이었고,대치가 커지자 중국이 주장해 온 '동시협상'(쌍중단, 쌍궤병행)이란 형식의 '전제없이 현실바탕 공존형 협상재개'를 문정인 특보가 받아들이자고 주장했던 경우가 있었다. 이는 한국의 보수집단이 반발하고 미국 공화당 주류가 거부해 불발됐다.

미 공화당의 주류는 트럼프 정부의 강경보수정책인 '오바마케어(의료보장 정책)의 폐기 요구'에 제동을 걸어 상원에서 부결시켰다. 여기에는 상원군사위원장인 존 메케인 상원의원의 트럼프 견제가 작용했다.

 

북한은 그간 미국 공화당 측에 접근해왔다. 주로 공화당 인사들인 전직 관료나 공화당 측 전략 연구원들에게 은밀히 접촉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익명의 공화당 측 아·태평양 전문가를 인용해 북한 측은 북미 '1.5 트랙(반관반민)' 회의를 주최한 적이 있는 공화당 측 연구 기관들에 총 7차례 북-미 만남 주선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미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과 동시에 민간급 북미 대화 자리를 마련하려 공화당 전략집단인 해리티지재단 등을 접근했다.

WP지는 미 CIA 출신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의 직접 멘트를 인용해, "그런 만남이 쓸모가 있으려면, 북한 정권이 분명한 메시지를 주려면 미국 정부에 직접 다가가야 한다"고 보도했다.

WP지는 보수적 전략집단인 더글라스 팔 미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부원장에게 북한이 스위스와 등 중립국에서 북한 관료와 공화당과 연관이 있는 미국 전문가와의 만남인 1.5 트랙 회의 주선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북한의 접촉 시도와 관련, WP은 익명소식통의 발언은 "트럼프에 대한 제1의 우려는 그들(북한)이 그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집중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은 트럼프 취임 초기에 대통령 대선 기간 언급했던 주한 미군 철수가 얼마나 진지한 것인지, 또 미국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것인지 등과 관련된 문의였다고 보도했다.

WP지의 보도는 북한의 1.5트랙 의지를 두고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을 위한 준비가 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29일자에는 전 CIA북한 분석관인 수미 테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면서 중국도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야 한다는 전략 교환을 보도했다.

아시아 전문 컨설팅 회사 '바우어 그룹 아시아' 선임고문인 테리 전 분석관은  "미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며 "중국도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하거나, 최소한 한국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체계를 갖추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뒤에는 중국이 아무리 반대해도 한국에 강력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배치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략적 우회를 제안했다.

테리 분석관의 기본전략 제안의 기분은 '봉쇄와 억제'에 대해 전환을 요구하며 "봉쇄와 억제전략은 가만히 앉아서 '괜찮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 후 남한도 핵무장을 하는 방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에 앞서 '핵보유국 인정'을 제안했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인 공화당 밥 코커(테네시주) 의원은 미 정부의 대북제재 이행을 보고받는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핵 능력을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라고 26일 말했다.

코커 위원장은 "모든 정보기관은 우리에게, 심지어 공개적으로, '아무리 많은 압박을 가해도 김정은은 멈추지 않는다'라 한다"면서 "김정은은 핵을 생존 티켓으로 간주하며, 한반도의 균형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핵보유국 인정 발언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27일 '한반도 위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주제 동아시아미래재단 11주년 토론회 기조발언에서 말했다. 그는 "한반도 위기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그것은 북한을 인도·파키스탄과 같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북한의 핵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은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한반도에서 어떠한 전쟁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한 것은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이다. 문 특보는 같은 토론회에서 손 전 대표의 "북한을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발언을 언급하며, "손 전 대표의 현실 진단에 동의한다"며 "문 대통령의 연설을 듣는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문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며 "조건 없이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특보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자는 것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가진 건 우리가 인식하지만 (그렇다고) 인정할 순 없기 때문에 비핵화로 우리가 나아가자는 것"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군사옵션 거론에 대해 "많은 분들이 한·미 동맹이 깨진다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한다"면서 "동맹하는 목적이 전쟁하지 말라는 건데 동맹이 전쟁하는 기제가 된다면 찬성하는 사람 별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전쟁방지를 위한 북미간 접촉에 대해 '북핵용인'이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진행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이 접촉을 시도했던 미 해리티지재단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 공화당 정책에 깊숙히 개입해 온 전력이 있으며, 한국의 보수정당과 언론에 지속적 영향을 행사해왔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기 위해 미국 정치계를 찾았을 때 해리티지재단 이사장을 먼저 면담하고 그의 중개로 공화당계 의원들을 면담했었다.

해리티지재단은 김대중 정부 출범시에도 미국과의 중개역을 맡았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 영향력에 의해 대비라인이 구축됐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이전 대선 국면부터 민주당 의원들을 통해 정부가 라인에 개입한 사례가 있다.

레이건 시절에는 전략보고서 90%가 정책으로 전환됐다는 위력적 위세를 자랑해 온 해리티지재단은 국방비 증액과 대외 외교전략의 코아를 제공해왔다.

트럼트 정부에서도 초기부터 무슬림 입국 금지 행정명령을 주도했고, 국방비 증액에도 주도력을 과시해왔다.

앞의 WP지에 인터뷰한 CIA 출신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북한의 접촉 주선요구에 대해 말한  "그런 만남이 쓸모가 있으려면, 북한 정권이 분명한 메시지를 주려면 미국 정부에 직접 다가가야 한다"고 한 대목이 이런 배경을 과시한다.

 

반면 강경화 외교장관은 26일 워싱턴에서 열린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게 아니라 진지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한 것이며, 제재와 압박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강력한 억지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해, '비핵화를 위한 대화압박'의 기조를 다시 확인했다. 강장관은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우발적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빈틈없이 상황을 관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와 압박은 외교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게 아니라 진지한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데려오기 위한 것"이라면서 "제재와 압박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강력한 억지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와 재무부가 주도하는 대북추가제재는 실질적인 북한 경제봉쇄를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신용평가사 스탠드앤푸어스(S&P)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회 체임버스 전 의장은 '북한핵 용인이 한국의 신융등급 하향 조정과 연관'됨을 시사했다. 미국의 북한핵 용인이란 변수가 북미간 협상과 한반도 안보긴장 완화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과 상반되게 한국에는 상당한 신용등급하락과 금융위기 가능성을 여는 새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오는 10월 중순 만료되는 한국ㆍ중국 통화스와프 3600억위안(약 560억 달러)이 연장되기 어려운 것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과의 규모는 한국이 현재 맺고 있는 통화스와프 전체 규모의 45.8%이며, 자국통화(LC) 스와프의 67%로 가장 많다. 따라서 한중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이 무산되면 외환위기시 활용할 수 있는 외화 자금이 절반가량 없어지게 된다.

현재 한국외환보유고는 8월말 기준 3848억 달러이며 사상 최고치 경신 중이다. 한ㆍ중 통화스와프가 무산되는 것과 북핵 위협에 얽힌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정치경제적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조금이라도 가동하면서 금융위기가 다시 닥치면 현 보유 자금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에 걸린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 등으로 긴급 충당하는 경우에 부족현상은 가중된다.

 

이에 앞서 5월 영국의 경제리서치사 캐피털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는 한반도전쟁 분석 보고서에서 '전쟁으로 세계 GDP의 약 1%가 급감'할 것이라고 계상했다. 분석근거로는 한국이 국제시장 생산의 약 2%를 차지하고 있어 전쟁 발발에서 한국 GDP(2016년 기준)의 50%인 약 7000억 달러가 소멸하고 이는 전세계 GDP 75조3000억 달러(2016년 기준)의 1%가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을 제시했다.

또한  "전쟁은 글로벌 무역 흐름의 붕괴를 가져온다"며 "한국은 지역 및 글로벌 제조공급망(supply chains)과 긴밀하게 통합돼 있기 때문에 한반도 전쟁은 곧바로 세계 경제의 충격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대 피해국가에 대해서는 "수출에 필요한 중간재의 20% 가량을 한국에서 수입하는 베트남 경제"로 꼽았으며, 산업분야로는 한국이 세계 전자산업의 6%를 담당하고 있으며 LCD는 40%로 세계 1위, 반도체는 17%로 세계 2위의 생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들어 전자사업의 피해가 가장 틀 것으로 진단하고, 전쟁발발시 LCD와 반도체 등의 생산 중단으로 전자제품 가격이 2배 이상 폭등하고, 소비자의 실질구매력이 떨어져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인상 압박을 받아 금융피해가 커지고 동시에 자동차산업과 해운업에도 충격이 가해진다고 진단했다. 한국은 세계 자동차 생산의 약 5%를 차지하고 있고, 부산항은 세계에서 가장 거래가 많은 컨테이너 항구 10곳 중 6번째에 해당된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세계 수출의 13%를 담당하는 항구 봉쇄로 세계 물류 운송이 장애를 일으키고,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카메라, 태블릿, 컴퓨터 등 전자제품 가격이 2배 인상되고 미국 소비자물가는 최소 1%p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 분석했다. 

전쟁비용에 대해서는 미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며, "과거 이라크 전쟁으로 미국은 600억 달러의 전쟁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미국 GDP의 5%에 달하는 1조 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북한의 70만 대군과 수만기의 포병 전력, 그리고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까지 고려하면 전쟁비용은 과거 이라크전에 비해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승리의 경우 재건 비용에 대해, 과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후 재건비용으로 약 1700억 달러가 소요됐다면서 "한국경제 규모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두 나라를 합친 것의 30배에 달하므로, 이 비율대로 재건비용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최소 5조6000억 달러에서 최대 13조900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국가부채가 증가할 것이며, 이는 2016년 미국 GDP의 30%~7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