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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이데올로기 환상과 조작의 역사

김종찬안보 2017. 10. 5.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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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자유무역주의자가 국가이익우선주의를 앞세운 한미FTA는 처음부터 트릭과 거짓이 정치이데올로기로 점철된 대표적 사례다.

워싱턴에서 4일 열린 2차 한미 FTA공동위원회 특별회기 회담 결과는 양측의 한미 FTA 상호호혜성 강화이다. 이에 대응한 한국 정부는 부분개정을 선호함을 숨기지 않았고, 여야 정당은 모두 '국익우선'을 협상원칙으로 제시했다.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체결협정의 수정에 대한 국내법상 절차가 확연히 다르다. 한국은 공청회와 국회보고만 명시돼 있어 개정이던 재협상이던 폐기이던지 행정부가 전권을 쥐고 독주권을 행사하도록 보장된 상태이나, 미국은 개정범위가 크면 사전 국회통보후 차후 비준을 받아야 한다.

특히 미국법은 합의된 협정안을 행정부가 의회 제출해 의회는 상정된 원안에 대해 승인과 거부 중 택일하게 된다.  이는 무역협정이 부분적 이익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대 국가의 전체 구조에 초점이 있는 점을 중시해 부분 수정을 방지하는 것이며, 자유무역의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의 기준선이 된다. 

이에 따라 대외협상에서 정부의 권한이 명확이 명시돼 협상대표단이 상대와의 협의 진행에 따라 개정의 범위가 확인되는 구조로 협상대표는 협상만을 진행한다.


반면 한국은 국가이익이라는 명분아래 협상대표가 마치 사유권 행사처럼 협상을 전횡하도록 법적으로 보장해주고 행정부가 전권을 쥐고, 의회는 국가이익이라는 명분으로 행정독재를 보장해준다. 그걸 확인하듯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공동위원회 협상테이블에서의 협상 이슈를 설명하지 않고 자신이 미국 대표에게 한 말만을 브리핑하고 국내법에 보장된 절차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이는 원칙적으로 상호호혜성 증진의 협상 원칙에 위배된다. 협상 대표가 취득한 정보는 국내에서 국가이익이란 명분으로 비공개 비밀주의가 통용될 수 없다. 상호호헤는 대표자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익집단이 판단하고 이를 대표자가 반영하는 무역협상의 기본구조 때문이다.

이런 미국의 보수주의는 자유무역으로 세계단일시장을 지향했고, 유럽블럭과 아세안 블럭화에 제동이 걸리면서 공화당 신보수주의 지역블럭화를 통한 자유무역협장으로의 재편성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우선을 선택함을 공개적으로 밝혔고, 세계단일무역시장의 기반조성에 발판을 제공한 멕시코와 한국 칠레 등에 대한 호혜성FTA를 수정하자는 정치적 선택이 행정정책으로 추진되는 공개주의로 접근했다. 


이런 협상권한의 집중과 분산의 차이는 무역협정이 정치협상과 달리 최소한의 상대국 존중이란 제도적 장치가 보장됨을 확인해 준다. 한국 산업부는 이번 2차 회의 결과에 대해 ''상호호혜 증진을 하기 위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이라면, 기존의 재협상 불가를 주장했던 한국 정부가 2차 회의에서 '개정 필요성에 동의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며 이를 설명하지 못하면 협상단을 교체해야 한다. 

 산업부는 '개정협상 동의'의 후속 조치에 대해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 평가·공청회·국회보고 등 한미 FTA의 개정협상 개시에 필요한 제반 절차를 착실히 진행해나갈 계획"이라며,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개정 협상 착수에 대해 "다음주 국회에 보고· 설명하고 개정 협상 절차 개시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고 답했다.

이런 답변은 협상 이슈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협상대표의 의무 조치를 마치 대외적 권리행사로 오인케하는 선전 기법의 전형이 된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의 협정 대표단에 대한 모든 정보는 한국 협상단이 독점 공급처가 됐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명분은 미국의 판단이라서 한국의 해석을 요구받을 이유가 없음에도 한국에서 이를 두고 '대한히 비합리적 이유로 개정을 요구했다'는 일방적 선전에 얽매이게 했고, 이로써 한국 정부의 행정독주가 확보됐다.

미국은 오히려 외형상 한국이 드러낸 한국적 쟁점, 곧 농산물 금융서비스 의약품, 철강 자동차 등을 넘어 지역 무역협정인 북미주자유무역협정(나프타)에서 관세환급 금지, 환율조작 압박 등을 통상규범으로 확보하는 기회를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확대할 기회를 잡았다.

 

 '연합뉴스'가 전한 산업부의 기자회견 전문을 참조해 보자.

-산업부는 5일 “양측이 FTA의 개정 필요성에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FTA 개정 뜻?

 

△개정협상에 합의하려면 양국 법에 따라 절차가 필요하다. 이 절차를 거쳐야 개정 개시 합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4일 특별회기에서는 양측이 이 같은 개정 절차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개정협상 시작하는 시기는?

 

△개정협상 개시 시기를 언제라고 못 박기 힘들다. 절차를 거쳐야 개정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에 따르면 FTA 개정협상을 개시하려면 경제적 타당성 평가, 공청회, 국회 보고 등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

 

-2차 특별회기에서 개정 시점에 대한 얘기는 없었나?

 

△우리 법에는 정해진 시간이 없다. 공감대가 형성되면 신의성실에 따라 진행될 것이다. 개정 절차를 지연시킬 이유는 없지만 우리 절차를 지키고 충분한 의견수렴을 해야 한다.

 

-미국은 개정 시점이 정해져 않나?

 

△법(무역촉진권한법·TPA)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면개정을 할 경우 협상 개시 90일 전에 의회에 협상 개시 의향을 통보해야 한다.

 

-90일 일정을 감안하면 빠르면 연내, 내년 초 개정 협상 시작?

 

△우리 절차도 있다.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다.

 

-다음 달 트럼프 방한 때 한미 FTA 관련 구체적인 협상하나?

 

△4일 열린 2차 한미 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내달 방한할 때 통상장관 협의하자’는 얘기를 했다.

 

-다음 달 협의 내용은?

 

△2차 특별회기 논의의 연장선이다. 양국이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한 상태다. 앞으로 개정 절차 등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앞으로 전면 개정하나, 일부 개정하나.

 

△봐야 된다. 우리는 협상 균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우리 정부가 2차 특별회기에서 백기를 든 게 아닌가? 우리가 2차 특별회기에서 받아낸 것은?

 

△말씀드리기 애매하다.

 

-우리가 요구한 한미 FTA 효과 분석은 안 하나?

 

△효과 분석을 요구한 취지는 한미 FTA 체결로 미국이 심각한 무역수지 적자를 본 게 아니라는 것이다. 개정 국면에서도 이 논리를 활용할 수 있다.

 

-한미 FTA 폐기 가능성은?

 

△폐기 가능성이 없다고 말은 못한다. 김현종 본부장은 ‘미국의 한미 FTA 폐기 발언이 실체적 위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렇게 대화를 이어가는 국면이어서 폐기 위협을 줄여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

 

-자동차, 철강, 농업 등 피해 우려는? 이번 회의에서 이런 안건도 논의했나?

 

△협상 전략과 관련된 부분이 있어서 말하기 힘들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런 부분에 대한 개정 이슈에 대해서는 이익 균형을 맞추는 차원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준비돼 있다. 어떤 분야를 언급하기는 이른 단계다.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 철폐 등 농산물 시장 개방 가능성?

 

△말하기 어렵다. 이익 균형을 (흔들리지 않도록) 명확히 하겠다.

 

한국의 정당은 여야 막론하고 트럼프에 대해 자유무역 포기한 보호무역주의자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발언을 비난하고,  개정 협상에 대해선 '한국의 국가이익 우선 관철'을 주문했다..

 

김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관계당국은 국익에 우선해서 한미FTA 개정에 충실하게 논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도 "정부는 국익을 지켜내는 협상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안보는 물론 경제에도 큰 파급이 미치는 한미동맹을 흔드는 반미세력에 대해서도 엄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국가이익을 지키는데 최선을 대해야 한다'며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보일 수 있는 지금 상황에서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철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정부는 최선을 다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로 국익을 지키고 여파를 최소화하도록 힘써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과거 한미FTA에 반대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한미FTA 체결 당시 문 대통령과 여당은 한미FTA가 한국측에 불리한 협정이라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각종 괴담이 난무하고 사회적 갈등비용이 증가했다"며 "한미FTA에 대해 자신들의 주장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고 미국의 압력에 재협상까지 하게 됐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사과없이 어물쩍 넘어가려 하고 있다"고 추가했다.

 

바른정당 이 대변인도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 FTA 폐기에 앞장섰고 정부 여당은 폐기를 주장했던 사람들"이라며 "한미 FTA를 둘러싸고 그들이 보였던 행태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일 것"이라고 추가 비판했다.

 

한국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반대했지만 실제 52개국 15개 FTA 중  이미 개정 추진 중인 4개국 FTA가 있다.

강대국에 대해 국가이익 우선 개정불가이고 상대적 약소국에 대해서는 미국 처럼 개정요구를 해왔고, 그 대상은 칠레, 아세안, 인도 등 3개국 FTA 개정협상을 벌이고 있다.

애초 미국의 중남미 공략용으로 군사협조와 병행해 체결된 최초 FTA인 한-칠레 FTA는 2004년 4월 발효됐고, 삼성신화의 기반이 된 한국 기업의 남미 시장 개척 교두보였다가, 미국이 이걸로 중남미 무역협정을 확대하고, 상대적으로 중국이 칠레와 이어 일본 등과 잇달아 FTA를 체결하면서 한국기업에 대한 미국 지원 선점 효과가 사라졌고 지난해 11월 개정협상에 이르렀으므로, 한미FTA재협상도 당연한 수순이고 이는 한국이 자초했던 것이 된다.

  

한-아세안 FTA는 2007년 6월 발효됐지만, 미국의 지역협정을 모방하면서 무역주도권을 확보하는 실질적인 자유화 정도에서 한국이 기여도가 낮아 한-아세안 양측은 2014년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2020년 교역목표를 2천억 달러로 설정하고 FTA 추가 자유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은 2010년 발효 후 양국의 교역과 투자 확대를 설정했으나 다른 FTA보다 자유화율이 낮고 원산지 기준이 엄격해, 2015년 5월 정상회담에서 CEPA 개선협상 개시에 합의했다. 

이들 3개 개정협상은 한미 FTA이후 대외 과시용 한국의 자유무역주의 확산 전략에 의해 미국의 통상 압박을 대행하는 기본구조를 답습해왔다.

미국 보수주의가 목표로 내세워 각국을 압박했던 세계단일FTA(Free Trade Agreement)가 불가능해지면서 지역블럭화로 후퇴하는 전략 전환의 시대에도, 여전히 단일자유무역에 대한 맹신적 자유무역주의자를 자처했던 한국 정부가 강대국에 대해서는 국가 간 상품·서비스 교역에 대한 관세와 비관세 무역장벽의 특혜를 다시 요구하는 구태를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한미간 무역협정의 실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