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윤석열 기자회견이 ‘대변인 기자회견’ 변질 대통령 ‘조연'

김종찬안보 2024. 5. 11.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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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Seok-yeol's press conference degenerated into a 'spokesman's press conference', with the president playing a 'supporting role'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대변인 기자회견’으로 변질되면서 대통령이 조연자가 됐다.

대통령 인근에 상주 기자들을 잘 아는 대통령이 직접 지명해 기자회견으로 질의에 답변하는 미국식 대통령 기자회견과 달리 윤 대통령은 김수경 대변인이 직접 전면에 대통령과 같이 아래 단상에 서서 전용 단상 위에 기자 사진이 달린 명단을 보면서 질의자를 직접 지명해 대변인 기자회견이 됐다.

대변인이 기자를 선정해 지명하고 답변에서 대통령이 ‘실무자 대리 답변’으로 기자회견이 변질된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은 단상을 두고 전면에 선 상태에서 김 대변인에 의해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분야 순으로 75분간 진행되며 145명 참석 기자에서 20명이 선별 지목됐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9일 앞자리에 중앙 일간지들이 포함된 풀(pool·공동취재)단 기자들이 대변인실에서 배치하고 뒷자리엔 풀단에 속하지 않은 매체 기자들을 배정했고, 전면에서 단상을 차지한 김 대변인이 질의 기자들을 지목해 경제지 4명(매일경제·한국경제·서울경제·머니투데이), 종합일간지 4명(조선일보·한국일보·한겨레·중앙일보), 외신 4명(로이터·AFP·니혼게이자이신문·BBC), 통신사 2명(뉴시스·연합뉴스), 지상파 2명(SBS·KBS), 종편(TV조선)·보도전문채널(연합뉴스TV)·지역신문(영남일보)·인터넷신문(아이뉴스24) 각 1명을 손으로 지명해 질의 발언하도록 진행했다.

김 대변인은 미국이나 서방 국가들이 금기시하는 독립적 단상을 앞에 놓고, 대통령 옆으로 전면 단상 위에 사진이 달린 명단을 보며 직접 지명하고 발언해 ‘대변인 기자회견’으로 연출했고 이를 중계 카메라가 기자들이 대변인의 아래 위치로 보여 위상을 높이도록 화상 중계를 허용했다.

대통령실은 10일 ‘단상위 명단’에 대해 “외신 기자들을 호명하면서 지목하기 위해 준비한 명단이 오해를 불렀다”면서 ‘대변인이 외신 기자 얼굴과 이름을 모른다’고 ‘대변인 기본 책무 이탈’을 밝혔다.

대동령과 대변인이 한국 주재 주요 외신 기자 이름과 얼굴은 모르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그간 외신과 국내 언론 주요 보도물을 대통령이 직접 읽지 않는 속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 해명은 “손 든 사람들 지목을 해야 하는데 이름을 모르지 않나. 그러니까 그분들 사진과 소속사, 성함을 적은 명단”이라며 “얼굴을 잘 구분 못하니까 일부러 사진을 크게 해서 가져갔다. 이름을 보고 해야지, ‘유’(You)라고 할 수는 없어서 참고 차 명단을 가지고 있던 것”이고, “BBC 기자분이 후열에 앉아 계셨는데 대변인이 손 든 사람들을 쭉 보고 있으니 일어나서 손을 들더라. 저렇게까지 하니 지목을 해야 하는데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걸 생각해서 명단을 가져간 것”이라고 ‘미디어 오늘’에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6일 ‘기자회견 9일 시행’ 발표에 대해 "앞으로 언론과 접점을 넓히는 것을 포함해 현장 방문 등 민생 소통 행보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 밝혔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해 대통령실은 1층 브리핑룸에서 출입기자단과 질의응답하고 이를 전국에 생중계로 발표하며, 관계자가 "브리핑룸에서는 최대한 질의응답에만 집중하겠다는 생각으로 구성했다"며 "윤 대통령이 언론과 소통 접점을 넓히겠다고 했고, 국민이 알고 싶거나 오해하는 부분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해 드리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대국민 메시지를 제외한 질의응답만 한 시간 남짓으로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과 답변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제 무제한' 질문 받는다>고 보도했다.

기자회견은 손을 든 기자를 발언자가 지목하면 소속사와 이름을 먼저 밝히고 질의 내용을 말해 발언자가 인지후 답변하는 방식이 통상적이다.

대통령 기자회견 연출은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이 기자 자리 배치도와 질의 순서를 도면으로 그려 앞에 놓고 KBS 중계 카메라맨이 배치도를 앞에 놓고 보면서 카메라를 잡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당시 청와대는 출입기자들로 부터 사전 질의 내용을 받고 순번을 정해 답변을 준비하고 이를 대통령이 화면을 보면 읽는 연출로 ‘민주화 언론’으로 각색했다.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은 취임식으로 기자들 질의응답에서 ‘질문자 사전 선정 질문 내용 사전 요구’ 사태를 지난해 12월 26일 보였다.

당시 “당 관계자가 먼저 질문 횟수를 서너 차례로 제한한 뒤 신청자를 받고 질문 요지를 물었다”고 언론들이 보도했다.

<한동훈 노태우 각본회견 모방 ‘박력 리더 국민지지에 정당이 대통령 집행자’, 2023년 12월 27일자> 참조